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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교실에 '오은영 투입 작전' 성공할까... 서울교육청 사례 보니

입력
2023.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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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급 전문가 투입 행동중재지원제
내년부터 非특수교육대상자로 확대
전문가 팀이 1년간 분석·대안 제시
교과서 찢고 친구들과 충돌하던 학생
환경 개선·일과 확립하자 참여도 증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대전 유성구 호텔오노마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대전 유성구 호텔오노마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정서·행동 장애를 가진 학생, 학생의 문제행동에 지친 교사와 동급생들, 모든 상황이 답답한 학부모. 교권 추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위기 교실'의 단면이다. 교사 한 명의 훈육으로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지도하면서 다른 학생들 수업까지 챙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활동 정상화의 정공법은 교사에 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 특히 문제 학생의 상태를 분석하고 교사와 학부모 양측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개입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그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상대로 시행 경험을 축적해온 '오은영 박사식 컨설팅'(행동중재특별지원)을 확대 적용하기로 한 이유다. 행동중재특별지원제는 지원 대상 학생 본인은 물론 학부모, 교사, 급우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이해와 협조를 필요로 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3일 시교육청이 본보에 제공한 실제 사례를 통해 제도 효과와 성패 요인을 가늠해봤다.

교과서 찢고 친구 때리던 A군... 컨설팅 뒤 수업 참여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중학생 A군은 행동중재특별지원을 통해 통합학급 수업에 적응한 사례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당시 A군은 교과서를 찢어서 친구들에게 던지거나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다 교사와 언쟁하고, 울화가 치밀면 창문을 부수거나 친구를 때리는 등의 문제를 계속 일으켜왔다. 상담교사의 상담(위클래스)이나 반응 무시하기, 마음 읽어주기 같은 학교 차원의 요법이 잘 듣지 않으면서 문제는 날로 심각해졌다. 가정과 학교 간 소통도 자연히 줄었다.

특수교육학 박사인 교육청 행동중재전문관을 중심으로 꾸려진 중재지원팀은 A군 가족, 통합학급 교사, 특수교사를 면담하고 A군의 학교생활을 직접 관찰하며 문제를 분석했다. 주변인 모두 A군의 정신건강 문제를 알고 있지만 도움을 줄 방법을 몰라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위생 관리나 약물 복용 같은 '자조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통합학급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특수학급으로 '격리'되는 경험을 해온 A군은 특수학급 수업을 거부했다.

중재지원팀은 A군이 학교에 적응하도록 환경을 바꿨다. 특수학급이 긍정적 경험을 쌓는 공간이 되도록 A군과 함께 가림막을 설치하고 A군이 가림막 안쪽 '안전공간'에 둘 물건을 고르게 했다. A군은 이후 통합교실에서 흥분하는 상황이 생기면 특수교사를 따라 특수교실로 순순히 이동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A군과 함께 맞춤형 일과도 짰다. 등교 후 특수학급에서 당일 교육시간표를 확인하고 자조활동을 이행했는지를 점검한 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다. 하교 전에는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와 대화하며 하루 생활을 기록하게 했다. A군이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고 각 활동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게 하기 위해서다.

A군의 학교 내 일과를 시간별로 기록하는 체크리스트. 서울시교육청 제공

A군의 학교 내 일과를 시간별로 기록하는 체크리스트. 서울시교육청 제공

모든 처방이 계획대로 작동한 건 아니었다. A군의 통합학급 적응을 돕기 위해 수업이 어려울 때 대신 풀 수 있는 교과별 학습지를 준비하고 다 풀면 교사로부터 칭찬 도장을 받게 하려고 했지만 A군이 따르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국어·수학 수업은 특수학급에서 받게 하되 통합학급에서는 음식 만들기, 웹툰 그리기처럼 일상과 관련된 활동을 하도록 했다. 교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면서 통합학급 수업 참여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다른 구성원에게 협조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학급 친구와 교직원을 상대로 A군에 대한 개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와 A군이 이해하고 있는 규칙을 공유했다. 친구들에게는 A군을 지원하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다. A군 가정에도 컨설팅이 제공됐다. 중재지원팀은 정신건강 전문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A군 상태를 점검하도록 하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상활동 목록을 제공했다. 또 보호자가 A군의 시간대별 일과를 기록해 매주 공유하도록 했다.

지난해 2월까지 1년간 진행된 컨설팅을 통해서 A군은 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차츰 줄여갔다. 서울시교육청은 "A군이 가정과 학교에서 일과를 확립했고, 가정과 학교 사이에 긍정적 소통도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내년부터 非특수교육대상자도 지원... 인력·예산 확보가 관건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 특수학교에 우선 도입한 이 사업은 내년부터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닌 학생에게도 확대 적용된다. 시교육청은 인력과 예산 확보에 사업 성패가 걸려있다고 본다. 지난해엔 학생 38명(일반학교 특수학급 23명, 특수학교 15명)이 지원을 받았는데, 이들을 전담한 교육청 소속 행동중재전문관은 2명뿐이었다. 지난달 시교육청은 2026년까지 행동중재전문관을 13명으로 늘리겠다며 중기 목표를 제시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수 펑크' 여파로 교육청 예산도 줄어든 상황이라 내년 신규 채용 목표가 4명에서 2명으로 벌써 줄었다.

무엇보다 컨설팅이 결실로 이어지려면 학생과 전문가 외에 학교관리자, 교사, 학부모 등 다른 구성원들의 이해와 의지도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행동중재계획이 만들어졌을 때 그걸 실행하는 주체는 학생과 가장 밀착한 학교 구성원"이라며 "구성원들이 여력이 없고 뜻을 달리한다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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