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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합창의 크레셴도에 귀 기울일 때 위기의 지구도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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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환경총회(UNEA)를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류 위협 요인으로 중요하게 다룬 것 중 하나가 소음 공해다. 도로 교통, 철도, 레저 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인류뿐 아니라 조류, 곤충,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종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행동을 교란시켜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 청각은 인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자극 중 하나지만 시끌벅적한 인간의 진화와 기술 진보가 생태계 전체를 소리 없는 세상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생물의 생존과 번식에서 소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밀하게 관찰한 미국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주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해스컬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전작 '숲에서 우주를 보다'와 '나무의 노래'에서 과학적 자연 탐구에 관조적 성찰을 녹여 낸 유려한 글쓰기로 주목받았다. 그의 세 번째 책인 신간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는 위기를 맞은 세상의 온갖 소리를 재조명함으로써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복원과 공생을 역설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선 소리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45억 년 전 탄생한 지구에서 생명은 30억 년 동안 침묵하다시피 했다. 돌, 물, 번개, 바람 소리와 세균 세포벽의 떨림 운동이 만들어 내는 음파 정도에 불과했던 지구의 소리는 15억 년 전 다세포 생명체의 섬모가 진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세포막에 생긴 작은 털인 섬모가 어떤 연유로 진화해 등장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과 여러 생물종이 소리 감각과 소리 표현을 발견하게 된 것은 섬모가 남긴 유산이다. 화석 기록을 통해 '최초의 소리꾼'으로 알려진 것은 고대 귀뚜라미종인 페르모스트리둘루스다. 저자는 소리를 내는 생물종의 출현을 생명 진화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새의 지저귐과 개구리의 우는 소리, 고래의 노래가 소통을 위한 인간의 언어나 음악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소리의 기원과 진화,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소리를 비교· 설명하는 데 책의 약 3분의 2에 이르는 전반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 덕분에 기술 진보에 따른 소리 다양성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후반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야생의 소리에 대한 탐구 등 다른 생명과의 감각적 연결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구에서 가장 막강한 종인 인류가 다른 종들의 음성에 귀를 닫으면 재난이 뒤따를 것"이라며 "우리는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파괴 속에서 죽어간다"고 서문에 적었다. 올해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책으로, 의성어를 다채롭게 활용해 동물의 소리를 표현한 번역에서도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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