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세리머니'...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0.01초 차로 은메달

입력
2023.10.02 15:12
수정
2023.10.02 15: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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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3,000계주 마지막 주자 정철원
결승선 직전 '만세 세리머니'... 대만에 역전
사흘 연속 금메달 행진 무산
"죄송한 마음뿐" 거듭 사과

정철원(오른쪽)이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만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정철원(오른쪽)이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만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결승에서 이른 샴페인을 터트리다 금메달을 놓쳤다. 이번 대회 예상 밖 선전으로 기세를 탔던 대표팀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은메달이다.

최인호(논산시청) 최광호(대구시청) 정철원(안동시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4분5초702의 기록으로 대만(4분5초692)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불과 0.01초 차이의 역전패였다.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허리를 곧게 펴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만세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 화근이었다. 정철원의 뒤를 쫓던 대만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왼발을 쭉 내밀어 정철원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태극기를 꺼내 들었던 한국 선수들은 뒤늦게 공식 기록을 확인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 관계자들도 경기 영상을 확인한 뒤 심판진 설명을 듣고 나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치명적인 실수로 대표팀의 연속 금메달 행진도 무산됐다. 대표팀은 종목 일정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는 듯했다. 첫날 정병희(충북체육회)가 스피드 부문 ‘제외+포인트(EP) 1만m’에서 금메달을 땄고, 1일에는 최광호가 스프린트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날은 남녀 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애초 예상했던 금메달 3개(남자 1,000m·남녀 계주 3,000m)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스피드 스케이트 일정을 마무리했다.

선수 개개인으로서도 아쉬운 마무리다. 정철원과 최인호는 병역특례 혜택을 놓치게 됐다. 다만 함께 팀을 이룬 최광호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이미 군 면제를 받은 상태다.

시상식이 끝난 뒤 어렵게 입을 연 정철원은 “내 실수가 너무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가 방심하고 끝까지 타지 않는 실수를 했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상황을 잘못 판단했는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정철원은 다시 한번 “나의 너무 큰 실수다”,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고 거듭 자책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친 정철원은 최광호의 위로를 받으며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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