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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한 발도 우크라 못 줘"… '친러 새 총리' 맞는 슬로바키아, 유럽에 균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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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전직 총리이자 '친(親)러시아' 정치인인 로베르트 피초(59)가 또다시 총리직을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 그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MER SD·스메르)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6~2010년, 2012~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피초 전 총리의 '화려한 귀환'인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엔 대형 악재다. 친러 성향인 피초 전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인도적 지원의 장기화로 피로도가 높아진 주변국의 '변심'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일 슬로바키아 언론 슬로박스펙테이터 등에 따르면, 스메르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22.94%를 기록하며 의회 150석 중 42석을 차지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연립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스메르가 2020년 이 당에서 분리된 '목소리 사회민주당'(HLAS SD·흘라스) 등과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흘라스는 14.70%(27석)를 득표했다.
슬로바키아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반면,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자와 파시스트의 도발이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는 러시아 측 논리를 따르고 있다. 실제로 "(집권하면) 단 한 발의 총알도 (우크라이나와 접한) 슬로바키아 동부 국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선거 결과 확인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앞으로)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도우파 정당인 '올라노'가 주도하는 현 슬로바키아 정부가 미그 전투기, S-300 지대공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것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슬로바키아 차기 정부의 입장 변화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다. 피초 전 총리는 유럽 내 친러 인사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도 친밀하다.
다만 연정 구성 과정이 변수다. 어떤 정당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외교적 선명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슬로바키아로선 EU 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보였던 친러 성향을 무작정 고수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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