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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한 발도 우크라 못 줘"… '친러 새 총리' 맞는 슬로바키아, 유럽에 균열 낼까

입력
2023.10.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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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초 전 총리 정당 스메르, 총선서 1당 차지
"우크라 무기 지원 없다" 실행 옮길 가능성
연정 구성이 변수... "친러 고수는 힘들 수도"

1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스메르 당사에서 로베르트 피초(가운데) 당대표가 전날 치러진 총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메르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브라티슬라바=AFP 연합뉴스

1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스메르 당사에서 로베르트 피초(가운데) 당대표가 전날 치러진 총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메르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브라티슬라바=AFP 연합뉴스

슬로바키아 전직 총리이자 '친(親)러시아' 정치인인 로베르트 피초(59)가 또다시 총리직을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 그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MER SD·스메르)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6~2010년, 2012~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피초 전 총리의 '화려한 귀환'인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엔 대형 악재다. 친러 성향인 피초 전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인도적 지원의 장기화로 피로도가 높아진 주변국의 '변심'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초, 세 번째 총리직 가능성... 우크라 '우군' 잃을 듯

2일 슬로바키아 언론 슬로박스펙테이터 등에 따르면, 스메르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22.94%를 기록하며 의회 150석 중 42석을 차지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연립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스메르가 2020년 이 당에서 분리된 '목소리 사회민주당'(HLAS SD·흘라스) 등과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흘라스는 14.70%(27석)를 득표했다.

슬로바키아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반면,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자와 파시스트의 도발이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는 러시아 측 논리를 따르고 있다. 실제로 "(집권하면) 단 한 발의 총알도 (우크라이나와 접한) 슬로바키아 동부 국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선거 결과 확인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앞으로)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도우파 정당인 '올라노'가 주도하는 현 슬로바키아 정부가 미그 전투기, S-300 지대공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것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크라 나토 가입·대러 제재 등 '방해꾼' 되나

슬로바키아 차기 정부의 입장 변화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다. 피초 전 총리는 유럽 내 친러 인사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도 친밀하다.

다만 연정 구성 과정이 변수다. 어떤 정당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외교적 선명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슬로바키아로선 EU 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보였던 친러 성향을 무작정 고수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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