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루스벨트가 "최고의 스승"이라 칭송한 만평가

입력
2023.09.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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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토머스 내스트(Thomas Nast)

내스트의 1869년 11월 만평 '샘 아저씨의 추수감사절 저녁'. 흑인과 중국인 등이 백인들과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당시 이슈였던 수정헌법 15조(참정권 차별 금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위키피디아

내스트의 1869년 11월 만평 '샘 아저씨의 추수감사절 저녁'. 흑인과 중국인 등이 백인들과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당시 이슈였던 수정헌법 15조(참정권 차별 금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위키피디아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공화-민주당의 정책과 노선, 이미지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건국 이래 공화당은 작은 연방과 각 주의 독립성, 노예제를 옹호한 민주당에 맞서 큰 정부(복지)와 노예 해방 등 진보적 가치를 대체로 지향했다. 두 정당의 노선과 이미지는 공화당 집권기였던 1929년 대공황과 민주당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정책, 60년대 공화당의 소위 ‘남부전략’을 거치며 뒤집혔다.

태머니홀(Tammany Hall)은 건국 직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뉴욕시에서 출범한 민주당 최대 계파다. ’추장(Sachem)’이라 불린 보스 중심의 태머니홀은 20세기 중반 몰락할 때까지 재계 및 갱단과 연루된 온갖 부패와 부정의 온상이었다. 약 300년 태머니홀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보스가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의 시대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의 윌리엄 트위드(1823~1879)다. 소방관 출신 사업가 겸 정치인이던 그는 각종 이권 사업과 횡령, 매관매직 등을 일삼다 1877년 유죄판결을 받고 옥사했다.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던 그를 추락시킨 주역 중 한 명이 시사만평가 토머스 내스트(Thomas Nast, 1840.9.26~1902.12.7)다. 독일계 이민자인 그는 18세 무렵부터 다양한 신문 잡지 시사만평가로서 정치 불의를 풍자하고 약자 권익을 옹호했다.

그는 공화당의 무능도 봐주는 법이 없었지만 민주당의 불의, 특히 태머니홀의 전횡을 어느 매체 어느 기자보다 독하게 꼬집었다. 술집 벽에 붙은 그의 만평들은 다수가 문맹이었던 당시 이민자 및 흑인 노동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창구여서, 트위드가 “저 빌어먹을 그림들을 못 그리게 해. (…) 신문들이 뭐라 쓰든 상관없어. 어차피 글을 모르니까. 그런데 젠장 그들도 그림은 보잖아”라고 불평했다는 말이 있다. 공화당을 코끼리에 비유한 만평을 처음 그린 이도 그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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