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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 고위급 불참... 김정은 방러 영향?

입력
2023.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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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북러 정상회담 후 '북중러 연대'와 거리
북 고위급 참가 시 '시선 분산'도 고려한 듯


24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가 열린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북한 응원단이 인공기를 내걸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24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가 열린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북한 응원단이 인공기를 내걸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우호 관계를 고려하면 꽤 이례적이다. 최근 뚜렷해진 북한·러시아 밀착 구도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온 중국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이틀째인 24일까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항저우를 방문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전날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는 중국 측 언론 보도도 나오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 보도 역시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19일 평양을 출발했다"는 뉴스가 마지막이다.

중국에서 개최된 국제 스포츠 행사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불참은 다소 의외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이후 3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12~17일)을 전후로 고위급 외교를 재개했다. 북중 간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감안했을 때, 이번 아시안게임 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의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일·7월 27일)과 정권수립일(9월 9일)에 잇따라 평양으로 경축 대표단을 보냈다. 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라도 북한이 무게감 있는 대표단을 꾸려 중국에 보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일단은 빗나간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무관치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 내내 "러시아와 북한 양국의 일"이라며 북러 간 밀착 구도엔 거리를 뒀다.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굳어진 북한·러시아와 한데 묶이는 데 대한 외교적 부담감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 위원장의 방러가 남긴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굳이 항저우에서 북중 간 스킨십 또는 북중러 3자 연대를 연상시킬 수 있는 그림을 보여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고위 인사가 항저우를 방문할 경우, 행사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북한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이런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막식보다는 국제사회의 이목이 덜 쏠리는 폐막식 때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북한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룡해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을 '깜짝 파견'한 바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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