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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국 외교관 2명 추방"... 미 '무더기 제재'에 보복?

입력
2023.09.15 17: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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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명분은 "러 직원에 '기밀 협력' 지시했다"
미국의 '러와 협력 기업 150곳 제재'에 맞대응?
"미러 관계, 냉전 이후 최저 수준 치달아" 평가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건물 인근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징집을 홍보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건물 인근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징집을 홍보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관 2명에 대해 추방을 통보했다. 표면적으로는 두 사람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시민과 협력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같은 날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대규모 제재 단행에 대한 보복 조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러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 간 대립도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초치해 ‘미국 대사관 정치 담당 직원인 제프리 실린, 데이비드 번스타인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실린과 번스타인은 7일 내로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

"우크라 전쟁, 부정적 여론 찾으라고 지시" 자백

지난달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공개한 영상에서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전직 직원이었던 로베르트 쇼노프(왼쪽)가 체포돼 있다. 타스 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공개한 영상에서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전직 직원이었던 로베르트 쇼노프(왼쪽)가 체포돼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가 밝힌 추방 이유는 ‘외국과 비밀 협력’을 한 러시아인 로베르트 쇼노프와 접촉하며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2021년까지 총 25년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쇼노프는 올해 5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돼 지난달 기소됐는데, 당시 FSB는 “실린과 번스타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저항 징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쇼노프의 자백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당한 이유 없는 우리 외교관의 추방은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며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적 관례에 비춰 미국도 러시아 외교관을 맞추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뿐 아니라 '미 동맹국 기업'도 철퇴... '초강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미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미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공교로운 건 시점이다. 불과 몇 시간 전 미국 정부가 러시아로 기술을 이전했거나 물자 제공에 관여한 외국 기업 150곳가량에 무더기 제재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맞불로 러시아가 ‘미 외교관 추방’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14일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수출 통제를 피해 전쟁 수행 물자들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제3국 기업 및 관계자, 러시아의 제조업·에너지·금융 기업, 러시아 신흥 재벌(올리가르히) 등 150개(명) 이상의 단체·개인을 상대로 추가 제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철도 차량 제조업체 트랜스매시와 튀르키예의 해운기업 덴카르, 핀란드 기업 시베리카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초강수’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지금까진 제재망을 우회해 전쟁 물자 등을 획득한 러시아 기업 제재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대러 물자 제공의 우회로 역할을 한 미국의 동맹국 기업도 다수 ‘철퇴’를 맞은 탓이다. 특히 북러 간 ‘무기 거래’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13일)이 열린 지 하루 만에 단행된 제재라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미러 관계는 당분간 ‘강 대 강’ 국면을 맞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외교관 추방 조치는 양국 관계가 냉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중 이뤄졌다”며 “양국 대사관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게 됐다”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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