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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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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돌아가는 걸 보면 나라가 회귀한 것 아닌지 착각이 든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 논리로 곳곳이 전쟁이다. 주요한 축은 역사와 언론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의 재탕, 삼탕이다.
‘역사전쟁’은 뉴라이트가 불을 지피는 모양이다. 뉴라이트가 어떤 세력인가. 이명박 정권 ‘개국공신’의 한 축이었고, 박근혜 정권 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꾀했다가 ‘판정패’당했다. 그 ‘뉴라이트 사관’으로 독립운동사의 ‘의병 영웅’ 홍범도 장군까지 ‘빨갱이’로 모는 데엔 도무지 대책이 안 선다. 그런 뉴라이트를 보수로 인정하는 정통 보수는 보지 못했다.
뉴라이트가 정권의 중심부로 들어간 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27년간 검사만 하다 ‘별의 순간’을 타고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가 처음 정치선언을 했을 때 지근거리에서 도운 인물들이 옛 친이계였다. 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이계의 사상적·조직적 기반 중 하나가 뉴라이트다.
최근 개각 때도 ‘올드보이’가 기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같은 부처 장관을 지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정권 곳곳이 그렇게 낯익은 얼굴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다. 기시감이 들어도 너무 든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에도 ‘선전포고’를 했다. 이명박 정부 때 보도개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게 상징적 조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돼온 KBS·MBC 경영진 교체에 벌써 시동을 걸었다. 국회는 이미 ‘실세’ 장제원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위원장을 틀어쥐었다. 이명박 정부 초 친이계 핵심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현 과방위) 위원장 자리에 앉아 ‘미디어법’ 개정을 주도한 상황이 떠오른다.
이런 와중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잇따라 공개 행보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연에서 자신의 수감생활을 ‘오지 여행’에 빗댔다. 뇌물·횡령 혐의로 구속됐던 전직 대통령이 할 소리는 아니다. 여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자택을 찾았다. “천막당사 결단으로 당을 살리고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끈 과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김기현 대표)고 한다. 국정농단과 탄핵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선거의 여왕’이 지운 건가. 그러니 “MB 2기 정권” “이명박·박근혜의 그림자 내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거다.
일사불란한 일련의 흐름에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정권의 이런 행보가 결국 어떤 효과를 낳을지다. 총선이 코앞인데 역사·언론전쟁에 불을 지피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중도까지 외연을 확장해도 모자랄 판에 보수표마저 떨어져 나갈 일을 하고 있으니. 여권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도 “총선에 도움은커녕 해가 되는 행보” “정무적 판단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수 중에서도 ‘윤석열 보수’만 체에 거르는 듯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한 정치평론가의 해석이 인상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준 반면교사 아닐까.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자기 진영만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그 세력이 정권을 지켜줬다.”
진영은 정권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권을 무너뜨린 건 국민이었다. 윤 대통령이 반면교사로 삼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역사의 가르침은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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