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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대의제 어쩌나”…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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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 반으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40%대 지지율로 유일하게 레임덕을 면하기는 했지만 이례적이었다. 정부가 절망하는 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대의제 한계를 보여준 건 마찬가지다.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에서 이에 주목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제도들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분석한다. 시민들이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를 품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고장 난 대의민주주의는 고통받는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재해, 범죄, 사고, 질병, 가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저자는 '정부의 역설'을 꼽는다. 문제 해결자로 나선 사람이나 조직(정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에게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 정부는 다양한 사회문제 가운데 권력자가 하고 싶은 것만을 취사선택한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청법 개정, 이른바 검수완박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다른 정책의 추진을 지지부진하게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 문제도 꼬집는다. 엽관제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관료제는 능력·전문성과 성품에 따라 관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이상과 거리가 멀다. 관료조직은 ‘원팀’, ‘충성’과 같은 하나의 강렬한 집단의식을 강조하며 우리가 흔히 보고 있는 공무원들을 양산한다. 무심하고 냉정한, “나는 아무 힘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민주사회 리더의 역설에 주목해야 한다고 답한다. 이들은 흔히 권력 자체를 좇는 특성이 있고, 권력은 그들을 쉽게 부패시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나 지도자의 리더십이 아닌 '시민의 마음'이라는 게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 각자의 마음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의제의 역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구체적인 대안은 ‘작은 공(共)’, 즉 소규모 공동체다.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한 사회·정치 문제의 해결책을 삶의 작은 단위에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작은 자’들이 다양한 공적 결사체를 통해 서로 연대하며 만들어내는 공공성의 가치가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절망하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실 문제를 사례로 쉽게 풀이한 대중적 사회과학서다. 나의 문제를 정부와 정치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점에 의문을 품는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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