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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0년 동안 갇혀 있었던 감방을 대학과 토론장, 그리고 로스쿨로 만들었다"

입력
2023.09.16 1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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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방 40년'

1972년 교도관 살인 누명을 쓰고 40여 년 동안 독방에 수감되었던 앨버트 우드폭스는 유엔과 국제앰네스티, 인권운동가들의 구명운동에 힘입어 2016년 석방됐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인권보호 활동을 펼쳤으나 2022년 코로나19 감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히스토리아 제공

1972년 교도관 살인 누명을 쓰고 40여 년 동안 독방에 수감되었던 앨버트 우드폭스는 유엔과 국제앰네스티, 인권운동가들의 구명운동에 힘입어 2016년 석방됐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인권보호 활동을 펼쳤으나 2022년 코로나19 감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히스토리아 제공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있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모두 어떻게 하루에 23시간 동안 잠겨 있는 독방에서 40년을 견뎠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 감방을 대학과 토론장 그리고 로스쿨로 만들었다고 답장을 썼다. 단호하게 맞서 물러서지 않았다고도 썼다. 나는 휴머니티를 믿는다고 말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가로 1.8m 세로 2.7m 넓이의 독방에서 하루 23시간 동안 갇힌 채 살 수 있을까. 201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책 '독방 40년'은 미국 루이지애나의 악명 높은 앙골라 교도소에서 무려 40여 년 동안 갇혀 산 앨버트 우드폭스의 회고록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서평은 이 책을 "단순한 옹호나 회고록을 넘어 금욕주의 철학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평했다.

우드폭스가 뉴올리언스 자선병원의 '니그로(흑인의 인종차별적 표현)' 병동에서 태어난 1947년은 백인과 흑인의 분리 및 차별을 규정한 짐 크로법(1965년까지 미국 남부 내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다)이 여전히 유효했던 때였다. 그는 10대에 같은 학교 여학생을 임신시켜 아이를 낳게 한 뒤 거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작은 경범죄를 반복하며 소년원과 교도소를 반복해서 들락거렸다. 그는 자신이 성장한 터전을 '더 나은 약탈자가 되는 법을 빼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떠났던 곳'이라 썼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인간 말종' 딱지를 붙여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삶의 변곡점은 1970년 뉴욕시의 구치소에 수감된 '블랙팬서당'을 만나면서 찾아왔다. 블랙팬서당은 1965년 결성된 급진 흑인운동단체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폭력 노선보다 맬컴 엑스의 비타협 투쟁 노선을 추종했다. 경찰을 살해하고 백화점과 경찰서, 뉴욕식물원을 폭파할 음모를 꾸민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무리 중 한 명이 우드폭스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남부의 한 가상의 주를 무대로 하여 아프리카인 후손의 삶을 그린 '색다른 드러머'라는 책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제도화된 인종차별이 백인들만으로 이뤄진 경찰과 재판소, 은행, 대학 등의 토대라고 설명하는 블랙팬서들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방구석의 나를 찾아와 비춘 한 줄기 빛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는 개체로서의 흑인 정체성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블랙팬서 당원이 된 그는 이제 교도소의 현실에 맞서기로 한다. 교도소 안에는 재소자들을 성노예로 삼는 범죄가 횡행했다. 신입 재소자는 성착취를 당했으며 처음 그 대상이 되고 나면 좀처럼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매일매일이 마약, 도박과의 사투일 정도로 폭력과 야만적 위계관계가 자리 잡은 곳이었다. "정신적으로는 모든 게 바뀌었다. 나는 도덕과 원칙과 가치관을 지닌 인간이 되었다. (...) 지난날 나는 옳지 않은 짓을 했다. 이제 옳은 일을 할 것이다. 이제 다시는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

하나, 시련은 예기치 못한 형태로 다가왔다. 1972년 앙골라 교도소의 교도관인 브렌트 밀러가 살해됐다. 교정 당국이 우드폭스와 동료 허만 월리스에게 누명을 씌운 것. 그리하여 길고 긴 독방 생활이 시작됐다. 또 다른 누명을 쓴 로버트 킹과 함께. 이 세 명은 '앙골라 3인'으로 불렸다. 우드폭스는 2016년이 되어서야 형량거래를 통해 석방됐다.

감옥 안에서 그를 구원한 건 독서였다. 노예제도, 반제국주의, 아프리카 독립운동에 관한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었다.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불평을 해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방 밖에 나갈 수 있는 짧은 시간, 동료 재소자에게 글을 가르쳤고 교도소 내 인권침해적 행위나 차별적 법률 절차에 맞서 정부를 향해 탄원서를 내고, 소를 제기하며 야만적인 관행을 하나씩 바꿔나갔다.

회고록은 감옥에서 지낸 수십 년 동안 그가 목격한 '합법적 노예제도'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운영되고 수감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민영 교도소가 왜 수감자에게 무급노동을 시키는지, 독방은 어떻게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지 등을 평생에 걸쳐 증언하고 국가의 제도적 폭력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모든 투쟁 기록이다. 그는 책의 가장 처음을 '이 이야기는 제도와 개인의 인종차별주의 때문에 사회적으로 죽어서 태어나 나머지 삶을 살기 위해 싸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기억이고 나의 삶이다'라는 속표지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44년 동안 루이지애나주와 교정부에 항거했다. 그들의 첫째 목표는 나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끝내 그러지 못했다. 나는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목격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 나는 구타와 고독과 격리와 학대의 상흔을 안고 있다. 또한 나는 모든 친절함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독방 40년·앨버트 우드폭스 지음·송요한 옮김·히스토리아 발행·431쪽·1만8,000원

독방 40년·앨버트 우드폭스 지음·송요한 옮김·히스토리아 발행·431쪽·1만8,000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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