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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대전 교사 가해 학부모 "내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입력
2023.09.12 10:00
수정
2023.09.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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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사망한 대전 교사 가해 지목 학부모들
"잘못된 내용 바로잡고 싶다" 입장문 내
미용실 학부모 "교장실 보내져 틱장애"
합기도 학부모 "상담 때 거듭 '죄송하다' 해"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전 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신상이 알려진 학부모들이 온라인에 입장문을 올렸다. 해당 학부모들은 자녀의 행동으로 숨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민원을 넣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 신상정보 유출과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미용실 운영 학부모 "아이가 인민재판식 처벌받아"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사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학부모 A씨는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입장문을 올렸다.

숨진 교사는 2019년 당시 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1학년 학생 4명을 훈육을 했다가 아동학대, 학교폭력 신고를 당하는 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극심한 고충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4명의 학부모 중 한 명이다.

A씨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겸허히 비난을 받고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2019년 1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틱장애 증상 등을 보여서 확인 결과 아이가 교장실에 간 일이 있었다"며 이 일을 사건의 발단으로 지목했다. 그는 "친구와 놀다가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께서 제 아이와 뺨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며 "선생님은 반 전체 학생들 앞에서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고 친구들이 정한 벌 중 하나인 교장실로 보내졌다"고 썼다.

이에 면담을 요청한 A씨는 교장, 교감, 숨진 교사가 모인 자리에서 교사에게 "마치 인민재판식의 처벌방식은 8세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으니 지양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아이에게 내일 선생님을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지도하여 일찍 등교를 시킬 테니 선생님께서도 아이들 없을 때 한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 한마디만 해주셨음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교사는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날 때까지 병가를 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교사가 사과를 이행하지 않자 A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그는 "초1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났고, 선생님이 아이와 약속한 부분도 이행이 되지 않아 신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해 A씨가 교사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학폭위는 학생들끼리의 사안에 대해 열리기 때문에 학생이 아닌 성인 등에게는 처분이 불가능하다. 당시 학폭위는 아동에 대해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고 교사에 대해서는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학폭위에 ①차후 아이 학년이 올라갈 때 해당 선생님 담임 배제 ②아이 심리상태를 고려하여 선생님과 다른 층 배정 두 가지를 요청했다"며 "지난해 바로 옆 교실에 선생님이 배정돼 교육청 홈페이지에 한 차례 추가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선생님께 반말을 하거나, 퇴근길에 기다려서 험담을 하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신상정보 유출했다고 찾아가서 난동 피운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사망한 대전 교사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학부모가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입장문. 보배드림 캡처

지난 7일 사망한 대전 교사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학부모가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입장문. 보배드림 캡처


합기도 학원 학부모 "한 번도 민원 넣은 적 없다"

한편 4명의 학부모 중 1명으로 자신을 합기도 관장 아내라고 밝힌 B씨의 입장문도 같은 날 학부모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왔다. B씨는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저의 자녀가 맞다"며 "(자녀가) 학기 초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담 때에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선생님에 대한 죄송함과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그 후 선생님께서 심리치료를 추천해 주셔서 학교와 병행해 가정에서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해 심리치료도 꾸준히 받고 지도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B씨는 또 "저의 아이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가지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4명의 학부모와 몰려다니며 교사에 대해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기 초 불량학생이라고 지적당한 부모님과 만나서 아이에 대한 고민 상담을 공유한 적은 있으나 따로 주기적으로 만나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절대 없다"며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하고 가끔 차 한잔 마시는 관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B씨는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생계까지 위협받고 아이 신상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고 있고 왜 내가 이런 일에 연루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도 모른 채 추측성 글과 악성 루머가 유포되면서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다. 악의적인 개인신상 털기, 악성루머 등에 대해서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 사망한 대전 교사 사건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합기도 학원 운영 학부모가 온라인에 올린 입장문. 뉴스1

지난 7일 사망한 대전 교사 사건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합기도 학원 운영 학부모가 온라인에 올린 입장문. 뉴스1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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