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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악성 민원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대전 교사, 눈물의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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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고소와 악성 민원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의 4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9일 제자와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A씨의 발인일이었던 이날 오전 대전 서구의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차는 마지막 근무지였던 유성구의 한 초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동료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운구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구차량이 멈추고 유족이 A씨의 영정사진과 함께 내리자 주변에선 "누가 선생님을 죽였냐", " 억울해서 어떻게 하느냐" 등 탄식과 울분이 쏟아졌다. 유족은 영정 사진을 들고 고인이 근무했던 교실로 향했다. 교실 칠판에는 학생들이 써놓은 애도 문구가 보였고, 책상 위에는 국화꽃이 올려져있었다.
영정사진은 교실에서 내려와 학교의 임시 분향소로 향했다. 조문객들은 흐느꼈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묵념했다. 참배객들은 "이렇게 오시면 안돼요", "선생님 죄송해요"라며 슬퍼했다. 동료교사들은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던 선생님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의 제자들은 운구가 학교를 떠난 뒤에도 교실에 남아 "선생님 보고 싶고 사랑해요"라며 친구들과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날 A씨가 생전 특정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권 침해 당한 기록을 공개했다.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가 진행한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다. 글에는 고인이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반 학생 중 4명이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특히 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 학생은 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제보에 적혀있다. B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는 것이다.
4월에는 B 학생 학부모와 상담했다. 하지만, 부모는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했다고 사례 제보에 적혀 있었다.
B 학생은 이후에도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 괴롭히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제보에는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씨는 일으켜 세웠는데, 10일 후 B 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급기야 2학기에는 B 학생이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에 A씨는 학교장에게 B학생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B 학생의 부모는 그해 12월 국민신문고와 경찰에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하지만, 교육청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는 B 학생에게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과 조언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교권 상담을 신청한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이후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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