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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대전 사망 교사 신체 조직 기증

입력
2023.09.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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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평소 신념에 따라 유족이 결정

4년 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전 초등학교 교사 빈소에서 동료 교사가 오열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4년 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전 초등학교 교사 빈소에서 동료 교사가 오열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4년 가까이 이어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여교사가 신체조직을 기증하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40대 여교사 A씨 유가족은 전날인 7일 오후 6시쯤 사망선고를 받은 뒤 신체 조직(피부)을 기증하기로 했다. 고인의 평소 신념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다. 기증된 A씨의 신체 조직은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대전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해 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유가족 동의를 얻어 글을 올린다고 밝힌 게시자는 “선생님께서는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며 “유가족께서는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장기는 할 수 있는 상항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체 조직과 안구를 제외한 장기 기증은 통상 뇌사 상태의 환자가 사망선고를 받기 전에 가능하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사람들은 “저렇게 천사 같은 선생님이” “마음이 정말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대전 자택에서 극단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시교육청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근무하던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의 학생이 교사 지시를 무시하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해 훈육했는데 해당 학생 학부모가 “왜 내 아이를 망신 주느냐”며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심적 고통을 겪던 A씨는 병가를 신청했지만, 이후에도 학부모의 민원이 계속돼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부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0년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수사 끝에 그해 10월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A씨가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기 전까지도 같은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지속됐다는 게 노조와 유족 등의 주장이다. 고인은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한 뒤 “예전 고통이 떠올라 힘들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대전시교육청은 숨진 선생님의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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