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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안 미흡한 교권침해 보도... 범죄 원인 신중한 시각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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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사회분야 사건·사고 보도를 중심으로 첫 콘텐츠 평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최영재(한림대 미디어스쿨 학장) 위원장을 비롯해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아미(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생), 장민제(바이트컴퍼니 부대표), 조영준(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최원석(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위원이 참석했고 코로나 감염으로 불참한 장한익(케이스탯리서치 수석연구원)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밝혔다. 한국일보에서는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외에 송용창 뉴스룸 뉴스1부문장과 박석원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7, 8월 한국 사회에는 교사들 사망사건과 교권침해 논란, 파장이 컸던 잼버리 대회, 잇따른 흉기난동 범죄 등 사건·사고가 많았다. 한국일보 보도를 평가하는 이날 회의에서 최 위원장은 "사건·사고·범죄 기사가 포털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선정적 뉴스상품으로 소비되는 현실에서 사건보도의 쓸모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한국 언론이 모든 기사를 사건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사건기사는 표피적으로 다룰 뿐 사건의 진짜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현상에 대한 사실 보도를 넘어 사건이 발생한 진짜 원인과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정책 제안 등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까지 나아가야 사건기사의 쓸모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일보의 교권침해 보도는 집회와 애도 등 현상 전달에 치중해 교사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근본적 원인과 해법 찾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위원은 "4일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기사 제목이 '국회 앞 30만 교사 결집... 커지는 '교단의 분노''였는데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문제의 본질에 초점을 둬야 했다. 많은 보도가 집회 참여 교사들의 파업과 처벌에 초점을 맞췄는데 교사들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도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사도 부족했고, 학부모 입장에서 교권보호를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 청취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장한익 위원) "왜 수만 명이나 모였나, 뭘 바꿔야 해결할 수 있나 하는 접근이 부족했다. 무너진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 기사가 반드시 연계돼야 했다"(최 위원장)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 위원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인데 부모의 태도 문제만 보도한 기사가 많았다. 손쉽게 사람을 비난하는 기사보다는 교육체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부터가 학대인가 △중·고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과 충돌하는 지점이 어디인가 △학생들의 행동이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근본적 이유와 대안은 무언인가 △대안을 모색할 주체가 누구여야 하나, 단순히 교육부인가 등과 같은 구체적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적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좋은 기사는 있었다. 교권침해 문제가 초등 교사뿐 아니라 특수교사를 포함한 교육계 전반의 문제일 수 있음을 알린 '맞고도 참는 게 '특수교사다움'...멍드는 교권'(8월 4일 자), 교사 중에서도 지위가 더 불안정한 방과후수업 교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 주목한 '학생에 폭행당해도 신고조차 못하는… 교권 사각지대의 눈물'(7월 26일 자)이 그런 사례였다. 이 위원은 "(교사) 집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내부의 여러 집합에 주목해 문제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한국일보의 색이 잘 드러났다"고 평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등 일련의 이상동기 범죄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범행 동기 분석에서 신중한 시각이 돋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상동기 범죄를 은둔형 외톨이나 정신질환자 집단 탓으로 돌리는 편견을 반박하고 당사자를 직접 취재한 기사들이 다른 언론사 보도와 차별화됐다는 평이었다.
은둔형 외톨이를 동행 취재한 '"은둔형 외톨이, 범죄 저지를 힘조차 없는 약자가 대부분"'(9월 2일 자) 기사가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편견을 각성하게 만든 기사"(최 위원장)로 높이 평가됐다. '2030 90%가 즐기는데… 게임이 흉기난동 배경이라는 검찰'(8월 17일 자) 기사 역시 "검찰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게임에 대한 편견을 경계한 기사"로 평가됐다. 같은 맥락에서 논설위원의 칼럼들도 호평을 받았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촉구한 '[정영오 칼럼] 엄단만으로 해결될까'(8월 15일 자), 범죄 이슈를 정치적 관점에서 본 '[메아리] 나라는 안 망하나 사람들은 죽는다'(8월 31일 자)가 언급됐다.
그러나 일부 기사나 사설, 외고 등에서 단정적이거나 선정적인 접근이 없지 않았다. 외고 연재물인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네 건의 칼부림과 동상이몽들'에 "정신질환자의 무차별 공격"이라 단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외고 관리의 필요성이 언급됐고, 기사에 포함된 현장 사진들이 자극적인 것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 부문장은 "이상동기 범죄와 정신질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내부 고민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민감한 이슈들에 항상 고민하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를 인터뷰한 '"신림역 칼부림, 일본 닮은꼴… ‘나만 불쌍’ 왜곡된 분노가 원인"'(8월 7일 자) 기사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난 새로운 양상의 범죄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처법을 시사한 좋은 기사로 칭찬받았다. 장민제 위원은 "이 기사 하나만으로도 한국일보를 읽을 만한 유인이 되는 훌륭한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동기 범죄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 기사들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정신질환 폭력행위자에 대한 치료 및 폭력예방을 위한 재활시설 부족,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책임 문제, 사법입원제와 치료감호법 개정 등 대안 제시, 의사인력 부족 등을 다룬 다수의 심층기사가 생산됐다. 위원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의료체계 미비와 국립병원 의사 충원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정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많은 독자들에게 단지 호신용품만 살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 요령을 제시한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호신용품이 흉기로 악용될 수 있어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기사는 범죄의 진짜 원인을 가리는 기사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잼버리대회 보도는 사전에 준비부족 문제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국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나 대회 전에는 성공 기대감을 높이는 기사만 보도하다가 개막 후 문제점만 보도하는 데에 급급했다는 점에서 한국일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새만금 축구장 1,200개 면적 땅에 '텐트 도시' 만들었다'(7월 24일 자) 기사에 "나중에 문제가 된 폭염, 화장실, 샤워장, 해충피해 등이 간략히 언급됐는데, 한국일보가 이러한 부분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기획기사로 문제제기하면 좋았을 것"(장한익 위원)이라는 평가가 그렇다.
대회 시작 후 보도가 상황 전달에 치중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거론됐다. 다만 잼버리 현장의 문제점들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묶어 보여준 짧은 동영상 콘텐츠 ’휙알파’가 젊은 뉴스이용자들에게 어필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라도 △누가, 왜 대회를 유치했고 어떻게 준비했나 △여성가족부나 전라북도의 책임으로 국한시킬 문제인가 △국회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등 행사의 추진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8월 9, 10일 자 신문에 정부 부처 간 책임 전가 문제, '때우기식 행정'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없지 않았으나 부산 세계박람회(EXPO),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옛 유니버시아드) 등 유치했거나 유치할 국제행사가 계속될 것을 감안하면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최 위원은 "'국제행사 유치가 과연 득실이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부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행사를 뒷받침할 수 있나' 등 질문을 언론이 계속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잼버리대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새만금사업으로 이어져 사업 재검토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30년간 추진돼 온 국가사업이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한국일보가 기획기사로 다뤄달라"(조 위원)는 제안도 나왔다.
이 밖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리 책임이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문제를 지적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언론, 지역본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조언(최 위원)이 있었다. 스토킹 범죄 관련 온라인 기사 '"좋은 친구 되고 싶다"...혼자 사는 20대 여성 집 앞에 닭꼬치 둔 50대 남성'(8월 3일 자)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긴급응급조치 처분만 받고 귀가 조치됐다는 내용으로 끝나 이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긴급응급조치가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지까지 분석한 타 매체 기사에 비해 아쉬웠다"(이 위원)는 평가였다.
사건·사고 기사 외에 눈에 띄는 기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8월 25일 인터랙티브 기사 '관광의 역습... 참을 수 없는 고통, 소음'을 시작으로 신문 8월 28일 자부터 연재된 기획시리즈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이 취재, 분석, 해법에서의 다채로운 시도와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권력감시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화관람비와 식사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 기사가 사흘이나 늦은 9월 5일 자에야 보도됐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반국가세력의 개념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사법의 정치화' 논란 부른 국내 판사들'(8월 16일 자) 기사에서 판사들의 SNS 이용 문제를 다룬 것은 주목할 만하나 사법의 정치화가 왜 문제인지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환경 이슈에 대해 한국일보가 앞으로 계속 관심 갖고 보도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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