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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기다린다"... 정부 경고에도 국회 앞은 교사들의 검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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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공교육이 잠시 멈춰 섰다. 정부의 징계 공언이 이어졌지만, 사망 교사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성토하는 교사들의 행렬은 전국에서 줄을 이었다. 교실을 지키던 현직 교사들은 이날만은 잠시 교편을 내려놓은 채 아스팔트로 나섰고, 전직 교사와 교사 지망생은 물론, 교사들의 항의에 공감하는 일반인들도 긴 행렬에 동참했다. 검은 옷을 챙겨 입은 교사들은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을 국회가 조성하라"며 '교권회복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집회 시작 30분 전인 오후 4시부터 6,000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집회 시작 무렵이 되자 주최 측이 준비한 플래카드 3만 개는 모두 동났고, 집회 구역으로 신고한 8개 구역은 가득 찼다.
참가자 중에선 '공교육 멈춤의 날' 집단행동차 거리에 나선 교사들이 많았다. 49재 당일까지도 교육현장 이탈 교원들을 향해 날 선 경고를 날린 정부 대응은 도리어 불쏘시개가 됐다. 경기도에서 온 20년 차 초등교사 정모(45)씨는 "평소 교사는 아파도 참을 수밖에 없는데 '꼼수 병가'나 '불법 파업'이라는 지적이 웬 말이냐”라면서 "조퇴한 선생님들이 버스를 대절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나흘 새 세 명의 교사가 연달아 목숨을 끊은 사실이 이들을 더 절망케 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의제를 정쟁으로 몰지 말고 '교권회복 4법'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49일간 아무도 학교를 지켜주지 않았다"며 "교사들은 여전히 극단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고참·퇴직 교사들도 탄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안성시에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퇴직 교사 A씨는 "26년을 학교에 있었지만 문제 성향의 아이들을 지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며 "한 아이의 학부모로서도 이번이 교육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조모(29)씨는 "앞으로 내 일이 될 수도 있는데 두 달이 지나도록 달라지는 게 없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집회 안팎에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사가 근무하던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정작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숨진 양천구 교사도 학교에서 문제를 개인사로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도 '진상규명이 추모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라"고 소리쳤다.
최근에 숨진 교사 세 명이 근무했던 학교에서도 추모행렬이 잇따랐다. 서울 양천구 초등교사의 추모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정년을 1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용인시 60대 체육교사의 학교 앞에도 추모 조화가 줄지어 배달됐다. 전북교육청에선 군산의 사망 교사를 추모하는 '9·4 전북교사 추모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정부는 추모를 위해 병가·연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교육부의 원칙이 바뀌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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