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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가 예비 범죄자?..."그들에게 필요한 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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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은 사람처럼 살았던 것 같습니다. 취업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족과의 불화가 정말 심했고, 점점 안전한 공간을 찾다보니까 제 방 안에서의 삶이 시작됐어요. 부모님이 출근해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만 방을 나왔어요. 화장실 가고 싶어도 안 나갔던 같아요. 그때는 말하는 방법을 까먹었던 것 같아요."
20대 후반부터 3년 6개월 정도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는 최진권씨. 그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최근까지도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 주민센터에 가서 등본을 발급받는 데도 2시간 정도 고민을 했었다"는 최씨는 지금은 다시 사회로 나오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중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여동생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대답 못 하고 머뭇거리는 걸 얼핏 들었다"며 "동생 생일에 작은 선물 하나라도 사주고 싶은데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못 사주기도 했고, 그래서 (사회에 복귀하기로) 강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 세상에 나오는 데 가장 큰 힘이 돼 준 건 비슷한 상황의 친구였다. 그는 "상처나 경험들을 말했을 때 색안경을 끼지 않고 저를 바라봐주고 진심으로 다가와 주는 게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는 최씨와 달리, 외톨이로 지내는 청년들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4만 명이었던 고립청년(19~34세)은 2021년 53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 공식 통계나 정확한 정의, 지원책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접근은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흉악 범죄 피의자들이 은둔형 외톨이임이 밝혀지면서 이들이 '예비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조선(33),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22),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30)을 비롯해 과외앱을 통해 접근한 또래를 살해한 정유정(23) 역시 은둔형 외톨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낙인이 이들을 오히려 더 숨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재열 은둔형외톨이 지원연대 대표는 이날 최진권씨와 같은 방송에 나와 "언론에서 운둔형 외톨이를 범죄 집단으로 만들어가는 여우사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그것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4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과 청년들을 상담해 온 그가 꼽은 은둔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의 '높은 기준'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특징이 사회 혹은 가족에서 그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그 기준에 맞춰 주지 못했을 때 다가오는 압박감, 사회적 비난이 은둔형 외톨이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코로나19도 이들의 고립을 심화했다.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친구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두 가지는 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 만들어주기, 직업이나 자립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만났던 청소년학과나 사회복지학과 또래 친구들과 1대1로 매칭해 줬을 때 은둔형 외톨이 친구들이 '진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났구나, 안전한 사람이 내 옆에 있구나' 인정하면 사회적 복귀가 빨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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