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만금 간척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겠다고 한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주먹구구식 새만금 개발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전북도민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다. 정권마다 뒤바뀐 새만금 개발의 전철을 되풀이할까 걱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제 국토교통부 등에 전북 경제에 실질적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당부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새만금 예산을 78% 대폭 삭감하는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새로운 계획안이 나올 때까지 꼭 필요한 사업 외에는 중단하겠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는 “보복성 예산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정부가 그간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도와 전 정부에 떠넘겨왔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이번 잼버리 대회를 통해 새만금 개발의 문제점이 대거 드러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현저히 낮은 경제성에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줬고, 근처 매립지가 있음에도 갯벌을 잼버리 부지로 밀어붙였다.
새만금 사업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09㎢ 땅을 새로 조성하는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다. 사업비가 22조 원이 넘고, 이미 투입된 돈만 9조 원이다. 하지만 1991년 첫 삽을 뜬 이후 32년 동안 정권에 따라 개발계획은 춤을 췄다. 노태우 정부 때 100% 농지로 시작됐던 사업목적은 산업∙관광(이명박 정부), 한∙중 경협단지(박근혜 정부), 태양광(문재인 정부), 그리고 2차전지(현 정부)로 바뀌었다.
국토부는 조만간 연구용역을 발주해 2025년까지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한다. “잼버리 파행 페널티가 아니다”는 설명이 진심이라면, 일방적 밀어붙이기여서는 안 된다. 야당은 물론 전북도민을 비롯한 이해당사자, 수라갯벌 파괴를 우려해온 환경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 정말 새만금에 적합한 사업과 시설이 무엇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갈등만 증폭시키다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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