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장이 튀어나온’ 게실 질환, 삼고(三高) 식습관이 불러온 나비 효과?

입력
2023.08.29 20:04
구독

[건강이 최고] 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 음식 섭취는 대장 내 압력 상승 초래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제공


우리는 예로부터 쌀을 기반으로 곡류나 제철 채소류, 해조류, 어패류, 육류 등을 이용한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육류·밀가루·버터 등 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의 서구식 식생활로 바뀌었다. 이러한 식생활 변화로 ‘게실(憩室·diverticulum)’ 질환이다.

게실이란 위·소장·대장·방광 등 내부에 공간이 존재하는 장의 약해진 벽 부분을 통해 외부로 돌출한 풍선 같은 작은 주머니를 뜻한다. 게실이 여러 개 발생한 경우 게실증이라고 하며, 염증이 생기면 게실염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게실염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4,591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5만9,457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성별로는 2019년 기준 여성 환자가 61.6%로 남성보다 2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20%, 40대 18.6% 순이었지만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했다.

게실은 진성 게실과 가성 게실로 분류한다. 진성 게실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천적으로 약한 부위가 장 속의 압력 증가로 장벽이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층이 돌출되며 흔히 오른쪽 대장에 1개가 생기고 동양인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가성 게실은 식생활·변비·장 운동 이상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왼쪽 대장에서 점막층과 점막하층만 돌출되며 여러 개가 발생한다. 과거 서양인에게 흔히 나타났지만 식생활 서구화로 동양인에게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게실증은 85% 정도가 무증상이다. 우연히 발견되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실에 변이나 오염물질 등이 들어가 염증이 생긴 게실염이 발생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게실염이 발생하면 △급성 복통 △복부 압통 △오심 △발열 △오한 △구토 △혈변 등이 나타난다. 이때는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건강검진 등으로 게실증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증상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의 질환이 다양하기에 염증 반응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 염증 부위 확인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대변 잠혈 검사, 대장 내시경검사 등 의료진 판단 하에 다양한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게실염은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충수염은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거북한 느낌이 먼저 발생하고 소화불량·메스꺼움 등이 지속되다가 오른쪽 하복부 통증으로 이어진다.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통증이 발생한다.

게실염은 경증인 경우 휴식이나 구강 약물 요법을 시행한다. 항생제 치료만으로 대부분 환자는 호전된다. 중증 게실염이라면 입원해 금식과 항생제 등을 정맥에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심해져 구멍이 발생하는 경우는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전이 없거나 재발이 잦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발생하고 딱딱한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면 게실증이 유발되기 쉽다”며 “게실 발생을 예방하려면 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 식습관을 개선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하루 15∼20g 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게실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고섬유질 과일과 채소, 곡물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변비 예방을 위해서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게실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적절한 운동·금주·금연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