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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에 애매한 예산 편성... 두 마리 토끼 다 놓칠라

입력
2023.08.3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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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3.9%
정부 제시한 재정준칙 상한 웃돌아
"증가 규모 적어 경기 뒷받침 한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내년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을 늘린 건 두 마리 토끼(재정건전성‧경기 진작)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 편성 방향에 대해 “지출 동결도 검토를 했으나, 건전재정 기조를 갖고 가면서 소프트랜딩(연착륙)해야겠다는 생각에 예산을 2.8% 증액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매한 '짠물 예산' 편성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약 33조 원 줄어든 367조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법인세가 약 27조 원 감소하는 등 국세수입이 뒷걸음질 친 탓에 국세‧세외‧기금수입을 모두 합한 재정수입도 612조1,000억 원으로 전망됐다. 법인세는 통상 1년 뒤에 납부하기 때문에 올해 수출 부진이 내년 세수 부족으로 이어진다.

예산 편성의 밑바탕이 되는 재정수입이 올해보다 약 13조 원 적은데도 내년 예산액이 약 18조 원 늘어난 건 또다시 적자국채로 부족분을 메웠기 때문이다. 내년 나랏빚은 1,196조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60조 원 늘며 1,20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출범 때부터 재정건전성을 수없이 강조한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 달성 수단으로 제시한 재정준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점에서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내년에 3.9%까지 확대된다.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위해 추진 중인 재정준칙에서 제시한 상한선(-3%)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의 구속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그동안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말해온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예산안”이라며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할 명분도 정부가 스스로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추 부총리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하려면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잡아야 했다. 이럴 경우 내년 경제 상황과 국민 기대를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수치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92조 원)는 올해보다 33조8,000억 원 늘어나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5년(2.9%)부터 매년 0.2%포인트씩 완화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재정준칙까지 어기며 예산 규모를 늘렸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진작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기대와 달리,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시장 회복도 충분하지 않아 내년 경제 상황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2.8%의 예산 증가율로는 위축된 경기를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민간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재정 정책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재정건전성까지 신경 쓰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예산안이 꾸려졌다”고 평가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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