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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이혜미의 활자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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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혜미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얼마 전 우연히 비운의 책과 마주쳤습니다. 제목은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솔깃합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어느새 5.5%에 이르는 지금,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는 '영끌족'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1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니까요.
왜 '비운'이냐고요? 사실 이 책은 2017년에 초판을 찍었어요. 이후 5년 동안 전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각국이 돈을 풀어댔고 초저금리 속 빚을 내 자산을 산 사람들의 부가 크게 늘었죠. 팬데믹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의도치 않게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책은 '양치기 소년'이 됐죠.
책의 '생명력'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3년 부동산에 미쳐라' '앞으로 3년, 미국 랠리에 올라타라' '앞으로 5년, 경매하고 리모델링하라' ... 마치 예언서 같은 제목은 매주 수백 권 신간 속 독자 선택을 받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겠죠. 하나, 제목 때문에 3~5년도 지나지 않아 책들이 생명력을 잃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책을 언제 읽느냐에 따라 거짓이 되기도 참이 되기도 하죠. 찰나의 유행보다 오랫동안 유효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을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덧. 책은 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틀린 것은 '제목'과 본문 속 '가계부채의 규모(2017년 1,350조 원→올해 1,800조 원)'뿐이니, '50년 주택담보대출'이 출시되며 빚 권하는 2023년에 오히려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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