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흉기소동 남성, 4년 전 '조울증' 치료... "자해하려 했다"

경찰, 특수공무집행방해 영장 신청
요리사로 일하며 다량의 흉기 소지
경찰 "사건 영상 삭제 방심위 요청"

양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경찰과 대치 끝에 제압당한 26일 저녁 사건 현장인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저녁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2시간 넘게 흉기 소동을 벌인 남성이 수년 전 ‘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과거 요리사로 일하며 보유하게 된 다량의 흉기를 차량에 싣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7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 술을 마셨고 (흉기로 남을 위협한 게 아니라) 자해하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가족 간 금전 갈등이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4년 전 조울증 진료를 받았으나 현재 약을 먹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날 사건 현장에 놓인 A씨 가방 등에서 흉기 8점을 수거해 압수했는데, 모두 주방용으로 ‘총포ㆍ도검’ 등록 대상은 아니었다. A씨는 “10년 전 요리사로 일하면서 흉기를 소지하게 됐고, 낚시를 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다녔다”고 경찰에 말했다.

A씨는 전날 오후 7시 35분쯤부터 2시간 30분가량 은평구 갈현동 6층짜리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양손에 흉기를 든 채 경찰과 대치한 혐의를 받는다. 대치 과정에서 A씨는 흉기로 본인의 가슴과 목 부위를 겨누며 위협했고, 경찰관들에게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달라. 소주를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장에 경찰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8명 등을 투입한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의 진압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투항을 설득했다. 경찰은 신뢰형성을 위해 A씨에게 치킨과 소주를 제공하기도 했다. 2시간 정도가 지난 후 A씨의 경계가 느슨해지자 뒤쪽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특공대가 그를 제압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고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다.

난동 과정에서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은 흉기로 협박당한 일반 시민 등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잇따르는 ‘살인예고 글’과 소동의 연관성도 A씨 휴대폰을 포렌식해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은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A씨의 소동 영상도 삭제해달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방범죄와 2차 피해가 우려돼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