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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52% "국민연금 미래세대에 불리, 탈퇴하고 싶다"

입력
2023.08.26 04:30
수정
2023.08.26 16:18
14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선호하는 개혁 방향



성공적인 연금 개혁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해외 사례를 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의지, 사회적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연금 제도는 국민 대다수가 가입 대상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 1년간 연금 개혁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금을 3대 개혁에 포함해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국회는 여야 합의하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노력에 비해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을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연금 제도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고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달 21~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연금 제도 필요성은 공감하지만(84%),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커져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민의 84%는 질병·노령·장애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 사회보장제도로 작용하는 국민연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기대수명마저 점증하고 있기에 연금 제도의 필요성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기금 고갈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동전의 양면처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도 불어나고 있다.

실제로 수급 연령이 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그렇다’ 48%, ‘그렇지 않다’는 43%를 차지해 작년 조사 결과 대비 부정적인 응답이 지난해 7월 조사 대비 소폭(5%포인트) 상승했다. 연령대별로 나눠서 보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의 결과를 보면 ‘수급 연령이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최대 10%포인트까지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만 18~39세는 3명 중 2명(68%)이, 40대는 57%가 수급연령이 되어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연금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또 예적금·주식보다 국민연금 가입이 더 낫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53%를 차지해 작년(45%) 대비 8%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최대 1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만 18~39세, 40대에서는 약 70%에 해당하는 인원이, 50대에서는 과반수(52%)가 국민연금이 예적금·주식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년간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정치권 활동 부정적 평가 77%

전술한 결과들을 통해 그동안 진행돼 온 정치권의 연금 개혁 과정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 역시 이뤄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정치권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결과, 77%는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12%에 그쳐 싸늘한 민심을 알 수 있다.

연금 개혁은 미래에 국민연금 재원을 책임질 청년 세대의 동의가 절실하지만, 청년들 사이에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불안감이 팽배해 연금에 관한 논의 자체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젊은 층과 미래 세대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61%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만 18~39세 청년은 대다수(79%)가 이에 공감하며 불만감을 표출했다. 심지어 지금이라도 낸 돈을 돌려받고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는 응답은 전체로 봤을 때 36%에 불과하지만, 만 18~39세에서는 과반수(52%)를 차지해 연금 개혁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은 연금 개혁에 대한 청년의 동의를 구하고자 연금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들의 연금 효능감을 높이고자 만 18세가 된 모든 청년에게 생애 첫 1개월 보험료를 지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만 18~39세 청년의 과반수(59%)는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도입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험료 또는 소득대체율 조정에 앞서 수급개시 연령(47%)부터 손봐야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위주로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것(47%)이 급선무라고 대답했다. 반면, 월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하는 각각 30%, 24%에 그쳤다. 이를 통해 월보험료, 소득대체율 조정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늦은 나이부터 수급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 개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월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현재보다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겠다’는 응답이 47%, ‘조금 더 내고, 현재 수준만큼 받겠다’는 53%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의견 차이가 명확해진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는 ‘조금 더 내고, 현재 수준만큼 받겠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기금 고갈 문제로 인해 수급 연령이 되어도 국민연금을 수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연금 개혁 책임지고 주도해야 하는 주체, 국회 56% 대통령 44%


이처럼 국민연금 수급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보니 응답자의 대다수(79%)는 개혁 논의 과정에서 ‘미적립 부채(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또 국민연금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방안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정부가 세금 등으로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국가 지급 보장’ 법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의 76%가 동의했다.

연금 개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고, 무엇보다 국민에게 부담을 더 지운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이 예상되다 보니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누가 책임지고 주도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 56%는 ‘국회’를, 44%는 ‘대통령과 관련 부처’라고 답했다. 즉 연금 개혁의 핵심 요소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에 보다 적합한 국회가 책임지고 주도하길 바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 연금 개혁 과정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정부, 시민단체, 노조, 사용자 대표 등으로 구성돼 투자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68%는 기금운용위에 금융·투자 전문가를 다수 위촉해 운용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운용 수익률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기금운용위에 투자 전문가 위촉을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잘 이뤄지고 있다’ 8%에 불과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개혁 방향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를 조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 평가는 8%에 그쳤다. 정치권과 국민뿐만 아니라, 국민 간에도 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 대립이 팽팽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설득 과정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 성공의 핵심 조건이 ‘사회적 합의’임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개혁을 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응답자 84%는 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정치권에 의한 일방적인 개혁이 아닌 국민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 및 교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과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국민’이 소외된 채 정치권의 일방적인 개혁 논의가 이어진다면 사회적 합의라는 목표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위해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이승찬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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