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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요리사→충견→반역자→사망… 푸틴에 좌우된 프리고진의 '흥망성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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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인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었다. 20대 청춘을 죄수로 보낸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권력의 최측근'으로 올라서자 막강한 정치·군사·경제적 입지도 다지게 됐다. 그러나 지나친 자만심은 결국 독이 됐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며 무장반란을 꾀한 지 61일 만인 23일(현지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음을 맞았다.
프리고진은 1961년 푸틴 대통령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강도, 사기, 성매매 알선 등 온갖 범죄로 1981년부터 9년간 복역 후 출소한 그는 핫도그 장사로 돈을 벌었다. 이를 밑천 삼아 러시아 각지에 고급 레스토랑을 차렸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하급 관료였던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쌓게 됐다.
이때부터 프리고진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1999년 크렘린궁에 입성한 푸틴 대통령의 연회 등을 도맡으며 '푸틴의 요리사'로 거듭났다. 2014년 바그너그룹 창설 뒤엔 푸틴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에서 두각을 보였고, 시리아·리비아·말리·수단 등 '친(親)푸틴' 성향 국가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러시아 정규군 대신 개입했다.
푸틴 대통령 대신 손에 피를 묻힌다는 이유로 '푸틴의 개' '푸틴의 충견'이라는 별칭을 얻은 대가는 상당했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각종 이권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8년 기준 프리고진 재산은 2억 달러(약 2,643억 원)가량이며,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림자 실세'로 불리며 주로 음지에서 활동했던 프리고진이 전면에 등장한 건 지난해 9월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7개월을 맞은 때였다. 러시아 교도소에서 모집한 죄수들을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 투입하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푸틴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무능하고 탐욕스럽다"고 공개 비판하며 '주군'에게 망신을 주는 일이 잦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국방부 산하 조직으로 편성해 통제하려 했는데, 프리고진은 이를 거부하고 6월 23일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36시간 만에 '처벌 면제'를 조건으로 자진 철군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반역자' 딱지를 붙일 정도로 이미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프리고진은 이후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물론, 러시아 본토에서도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숙청되는 게 아니냐'라는 시선을 일축했다. 지난 21일엔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모습도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날 이륙 15분 만에 돌연 추락한 자신의 전용기와 함께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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