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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심귀갓길 큰 효과 없다는 관악구의원 주장…진짜일까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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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에서 성폭행 살해 사건이 발생한 뒤, 구청의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한 최인호(22) 관악구의원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 구의원은 여성안심'귀갓길' 보다 안심'골목길' 사업이 더욱 보편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뚜렷한 근거 없이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25일 관악구에 따르면, 관악구청은 올해 예산이 삭감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야간 통행이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는 지역에 △ 폐쇄회로(CC)TV △비상벨 △밝은 조명 △112긴급신고 표지판 등을 설치해 야간 보행 환경을 개선시키는 사업이다. 구청 관계자는 "여성안전귀갓길은 주민들 반응이 좋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강력범죄가 일어난 만큼 예산을 늘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구의원은 관련 예산을 삭감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관악구에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진다"고 밝혔지만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최 구의원이 지난해 12월 관악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내용이 안심골목길 사업과 비슷하다면 도시재생과와 협의해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이후, 본회의 의결을 거쳐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원이 전액 삭감되고 안심골목길 사업으로 전환된 것은 맞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만 바뀌었을 뿐 예산은 사실상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에 그대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 원이 도시재생과의 안심골목길 사업으로 배정된 건 맞지만, 기존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내용인 쏠라표지병(주간에 태양광을 저장했다가 야간에 빛을 발산하는 장치) 설치 사업으로 진행해 올해 5월 설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 구의원이 유튜브를 통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여성만이 아닌) 구민들에게 모두 치안을 강화하고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안심골목길 사업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과는 상반된다.
"안심골목길 사업이 여성안심귀갓길보다 치안에 효과적"이라는 최 구의원의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림동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 구의회 홈페이지에 최 구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빗발치자, 최 구의원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문구를 길바닥에 적어놓는다고 치안이 보장된다는 생각은 탁상행정으로나 나올 수 있는 1차원적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구의원의 주장과 달리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서에서 선정하는 '치안예방' 사업인 반면, 안심골목길은 범죄예방 내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구 차원에서 '환경개선'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관악구의 안심골목길 사업 내용을 보면 △오르막 펜스 △건물 틈새 안전펜스 △빛터(인체감지시 경고등·경고음 작동) △빛등(태양광 센서 조명) 등을 설치하게 된다.
사업의 목적을 보나 실제 설치 시설로 보나, 오히려 여성안심귀갓길 쪽이 방범·치안 목적에 더 가까운 사업인 것이다. 안심골목길은 안전 쪽에 더 치우친 사업이다. 현재 관악구 여성안심귀갓길 14개소에는 CCTV 51개와 비상벨 38개 등이 각종 방범 시설물이 설치돼있는 상태다. 최 구의원이 언급한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문구를 길바닥에 적어놓는 것'은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의 일환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안심귀갓길 무용론'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교 검토 연구가 없는 현 시점에선 안심골목길 사업이 여성안전귀갓길보다 효과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교수는 "노면 표지, 로고젝터(가로등에 설치되어 특정 글자나 로고를 보여주는 프로젝터) 등이 범죄 발생을 많이 줄여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여성안심귀갓길에 문구를 길바닥에 적어놓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치안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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