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칼부림 조선 "죽이려 한 건 아냐... 피해망상 때문"

입력
2023.08.23 15:24
수정
2023.08.23 20: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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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살해 행위는 인정, 고의성 부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이 지난달 28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이 지난달 28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이 법정에서 "고의적으로 죽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망상에 빠져 벌인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 조승우)는 23일 살인·살인미수·사기·절도·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조씨는 지난달 21일 신림동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젊은 남성에 대한 조씨의 적개심과 분노를 결정적 범행 동기로 지목했다. 그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 탓에 모욕죄로 고소당해 범행 나흘 전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게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고 봤다. 조씨가 사회생활 적응에 실패하는 등 현실에 대한 불만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던 점도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조씨는 범행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하고, 한 마트에서 범행에 쓸 흉기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 측은 이날 법정에서 사기와 절도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조씨 측은 "(사람을 죽인) 행위 자체는 인정하므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누군가) 본인을 미행한다는 피해망상 등을 겪어 그들을 닮은 듯한 남성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로 무차별적 살상을 하려 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흰색 마스크를 눈 바로 아래까지 올려 쓴 조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과정에서는 한숨을 내쉬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범행의 고의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그간 수집한 증거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사건의 중대성과 파장을 고려해, 피해자 유족 등도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내달 13일 열린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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