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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돌아가면 박해받아"... 가족과 연락 끊긴 위구르인 국내서 난민 인정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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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무서워서 일하러 나갈 때만 밖에 나갑니다. 난민 허가를 해주시면 한국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경찰이 나를 잡을까 봐 무섭습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 난민으로 인정받은 위구르인 A씨의 올 1월 한국일보 인터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출신 A씨가 처음 한국에 입국한 건 2004년이었습니다. 한족보다 더 힘들면서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자치구에서 계속 일할 순 없다는 생각에 중국을 빠져나왔습니다. 언제까지 '불법 체류자'로 있을 순 없었기에 그는 10년 만에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 여권 발급을 신청했습니다. 한국에서 취업한 상태였기 때문에 장기 체류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중국 당국은 ‘본국’으로만 돌아갈 수 있는 여행증명서를 발급했습니다. '한국에 머물지 말고 당장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무언의 지시였습니다.
A씨가 살던 지역은 강제노역(위구르어로 Hasha)이 횡행했습니다. 무보수 근무에 저항하다 강제구금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초 A씨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신청했다가,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뚝 끊기자 우리 정부에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렇게 7년간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문중흠 판사는 16일 A씨가 청구한 난민불인정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내에서 위구르인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두 번째 사례입니다. A씨는 2016년부터 지리한 법정 다툼 끝에 비로소 정치적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문 판사는 “A씨가 본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인종’이나 ‘전가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것이란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은 “가짜뉴스”라고 줄곧 부인하고 있지만,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탄압이 실재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오려고 했던 아들이 출국을 제지당하고 이후 연락이 끊긴 점 △중국 당국에서 위구르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자의적으로 수용소에 보내고 있는 사실이 여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점 △A씨가 평택에서 중국 정부의 지방자치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뷰에 응한 점 등에 주목했습니다.
A씨는 위구르 독립 운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을 표출한 만큼, 귀국할 경우 당국이 잠재적으로 반국가세력으로 판단해 박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우리 법원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과 관계를 고려해 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삼가는 정부 입장과도 꽤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전향적인 판결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를 마치고 26일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했는데요. 미국 주도 주요7개국(G7)에 대적하는 다자 협의체인 브릭스 회원국과 공조를 강화한 시 주석이 다음 일정으로 신장을 찾아 중국 내부 결속을 다진 셈입니다.
중국은 2014년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폭탄 테러 이후 분리주의·극단주의 운동을 뿌리 뽑겠다며 신장위구르의 무슬림에 대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서구 국가들은 신장의 강제노동을 지목하며 관련자들을 대거 제재 명단에 올려 압박하고 있죠. 지난해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보이콧 주장이 확산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국은 '가짜뉴스'라고 일관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도 "이슬람교의 중국화 추진을 심화하고, 각종 불법 종교활동을 효과적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신장 지역에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주입해 통합 구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요.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국내 거주 위구르인의 난민 신청을 좀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한중관계를 고려해 위구르인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난민 심사를 신청한 위구르인 2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뒤 곧장 돌려보낸 일이 있었죠. 이의 신청할 권한조차 박탈한 매몰찬 조치였습니다.
분명한 건 위구르인들이 겪는 인권 탄압이 허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본보는 지난해 초부터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의 인권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에 거주하는 위구르인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인권단체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고 △중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연락두절됐으며 △여권 발급을 제한받거나 메신저를 통해 귀국을 종용받는 경험을 했습니다.(한국일보 2월 27일 자 1·3면 '한국 왔더니 中 공안이 감시... 비밀경찰에 시달리는 위구르인들' 참고)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이 겪는 압박 사례를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이라고 정의한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브래들리 자르딘 연구원은 “심한 경우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을 인질 삼아 같은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의 개인 정보와 거주 국가의 정보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거주 위구르인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감시활동을 방치할 경우, 해당국의 사회 안전질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정보당국도 이러한 실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정기관 당국자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률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문제를 알지만 상대가 중국인지라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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