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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D-30] "'국민 여동생'이요? 부담이 되기보단 힘이 생겨요!"

입력
2023.08.24 04:30
수정
2023.08.24 17: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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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손 하트'를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손 하트'를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국민 여동생'이요? 부담이 되기보단 힘이 생겨요.“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어릴 때부터 방송에 출연했던 신유빈(19·대한항공)은 국민들에게 꽤 친숙한 국가대표 선수다. '무한도전'(MBC)이나 '스타킹'(SBS) 등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웃음기 지운 야무진 표정으로 어른들과 탁구 실력을 겨루던 '꼬마'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렇게 신유빈이 탁구 선수로 거듭나는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축구계에는 '슛돌이'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이 있는 것처럼.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편으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니까.

신유빈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국민 여동생' 같다는 표현이 너무 듣기 좋네요. 그렇게 지켜봐 주시고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니까요. 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에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신유빈은 내달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첫 아시안게임 도전이다. 무엇보다 응원의 힘이 필요한 시기라 '국민 여동생'이란 애칭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5세 때부터 탁구채를 잡은 신유빈은 2019년 청명중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탁구 역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만 14세 11개월 16일)로 발탁된 순간이었다. 만 16세 때는 탁구 역대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혀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경기할 때 외치는 기압 소리가 병아리 우는 소리 같아 붙여진 '삐약이'란 별명도 이때 생겼다.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탁구 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탁구 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손가락으로 'V'포즈를 하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손가락으로 'V'포즈를 하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신유빈 프로필. 송정근 기자

신유빈 프로필. 송정근 기자


이때까지만 해도 신유빈은 그저 기대주였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국내 여자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랭킹 '톱 10' 안에 진입(9위·이하 8월 22일 기준)했다. 2019년부터 호흡을 맞춘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여자복식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고, 혼합복식의 신유빈-임종훈(26·한국거래소) 조는 세계 3위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신유빈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신유빈은 걱정보단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에 나갔을 때도 떨리기보다는 매 경기를 할 때마다 재미있고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마 올림픽을 경험해 봐서 그때보다 마음이 더 자랐는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신유빈이 5월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장모(캐나다)를 상대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신유빈이 5월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장모(캐나다)를 상대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큰 대회의 경험은 선수에겐 자양분과 같다. 지난 5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그렇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이 대회 4강에서 세계 최강 쑨잉사-왕만위 조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했다. 1987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조 이후 36년 만의 일이었다. 결승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신유빈의 표정은 우승자보다 더 환하게 빛났다. 그간의 고생이 모두 보상받은 것 같았다.


탁구 스타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턱을 괴고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탁구 스타 신유빈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턱을 괴고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진천=안다은 인턴기자

신유빈은 2021년 11월 이 대회에서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1년 넘게 쉬어야 했다. 두 차례 수술로 "아, 이제 탁구를 못 하는 건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2년 만에 다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의 은메달은 금메달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유빈은 "세계선수권이라는 무대에서 다쳤기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고 했다.

신유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단식과 여자복식, 혼합단식에 모두 출전할 예정이다. "재작년부터 3개 종목 모두 출전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경기에만 집중하니까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거든요. 하나라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세 종목 모두 잘하고 싶어요. 아, 우승이 목표라기보다는 내용이 좋은, 과정이 좋은 경기를 하려고요."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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