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전력 배치 잘못한 탓"

입력
2023.08.23 09:08
수정
2023.08.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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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군 수뇌부 "남부 전선에 전투력 집중해야"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무인기(드론)을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무인기(드론)을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잘못된 병력 배치 탓이라는 서방 군 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곳에까지 병력이 분산 배치돼 있는 게 문제이며, 따라서 앞으로는 요충지인 남부 전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토니 라다킨 영국 합참의장, 유럽 내 미군을 지휘하는 크리스토퍼 카볼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10일 화상회의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전선 한 곳에 전투력을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회의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도 이러한 서방 군 수뇌부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초부터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진행 중이지만, 몇몇 마을을 탈환했을 뿐 러시아 방어선을 완전히 뚫지는 못하고 있다. 소모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를 공격하고, 크림대교를 파손시키는 등 작전을 벌였으나 이 역시 전황을 바꿀 정도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반격 작전이 교착 상태에 빠진 배경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료는 "전술 변화와 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만 우크라이나군 반격의 박자가 바뀔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른 미국 관료는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여러 전선에 너무 분산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투력을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일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는 병력 배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반격의 주요 목표인 남부 전선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남부 전략적 요충지 점령을 위해 전력을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각 사령부에 병력과 장비를 균등 배분해 군부 내 파벌 갈등을 최소화하는 옛 소련 시절 구습이 군에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뿐만 아니라 러시아군도 이 같은 구습 탓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양측이 소모전만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에 결정적 화력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고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의 관료들은 NYT에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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