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선생님 벌써 그립다"...'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눈물의 발인식

22일 고려대 구로병원서 발인식
가족·동료·제자들 오열 속 엄수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피해자 발인이 22일 오전 6시 40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선 엄수됐다. KBS 보도 캡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의 발인이 22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피해자의 유족과 동료, 제자들이 오열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발인은 깊은 슬픔 속에서 진행됐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아가, 가지 마"라며 오열했다. 유족들도 "억울하고 원통해서 어쩌냐"며 애통해했다. 피해자를 애도하던 동료 교사들과 제자들, 지인들도 관이 운구차가 실리자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고인을 밝고 따뜻한 사람으로 추모했다. 이날 발인에 참석한 제자는 "저희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저희랑 선 없이 친구처럼 지내셨던 분"이라며 "항상 선생님보다 저희가 우선이셨던 분이었고, 다른 반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반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졸업 후에도 길에서 자주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밝게 맞아주셨던 선생님이 벌써 그립다"며 눈물을 흘렸다.

22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발인에 참석한 제자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MBC 보도 캡처

부산이 고향인 고인은 서울에서 혼자 지냈지만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어머니를 더 각별히 보살피며 방학이면 부산에 내려갔다고 한다. 범행을 당하기 2주 전에도 부산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교직원 연수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17일 방학 중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 출근하다 신림동 한 등산로에서 최모(30)씨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해 병원에 이송됐으나 19일 숨졌다.

전날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경부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직접 사인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냈다. 피의자가 범행 당시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정황이 나오면서 경찰은 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