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그들은 일종의 '지적 전쟁배상'이었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 사회파 추리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최근 별세하면서, 그의 1981년 논픽션 ‘악마의 포식’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악마의 포식’은 2차대전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인간 생체실험 진상을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폭로한 책으로, 이듬해 일본 정부로 하여금 전쟁범죄를 공식 인정하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사죄하게 했다.
최소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은 731부대 책임자로서, 미국 본토를 대형 풍선 세균무기로 공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던 이시이 시로 중장 등 731부대 전범 대다수는 생체실험 자료와 생물무기 정보를 미국에 넘기는 조건으로 전범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고 풀려나 학계와 제약업계 등에서 버젓이 활동했다. 모리무라의 책 출간 직후 ‘도쿄재판’에 참여했던 한 판사는 “일제가 저지른 가장 역겨운 전쟁범죄가 재판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비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척 씁쓸하다”고 말했다.
저 파격적이고도 반인륜적인 ‘양형거래’를 지시한 이는 당연히 당시 대일 연합군 총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였고, 승인권자는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었다.
전후 나치 독일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기술자 등을 활용하기 위한 미국의 대규모 비밀군사작전 즉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 당시엔 오버캐스트 작전)’은 1945년 초 본격화됐다. 명분은 나치 정보로 태평양전쟁을 조기 종식한다는 거였지만 미국은 나치 과학기술을 다른 연합국, 특히 구소련과 공유하길 원치 않았다. 미 합참 합동정보국(JIOA)이 주도한 저 작전으로 독일 과학자 등 수천 명과 그들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송됐다. 공식적으로 나치당원은 작전 대상에서 배제됐지만, 정보국은 입당 문건 등을 소각하거나 ‘강제 입당’당한 것으로 조작했고, 뉘른베르크 국제전범재판과 별도로 47년 미국이 주도한 ‘다하우 재판’에서 대부분 면죄부를 주었다. (계속)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