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살인예고 글·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 만든다

입력
2023.08.09 15:32
수정
2023.08.09 15:3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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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6명 구속 등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살인예비죄 유죄 어려워 처벌 공백 우려
정보통신망법 등에 형사처벌 규정 신설
공공장소 흉기소지도 처벌하게 법 개정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건물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건물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살인예고’ 게시물과 관련해 정부가 새로운 처벌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인예고 글 작성자 6명을 구속하고 일부에게는 형량이 높은 살인예비 혐의도 적용했지만, 확실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9일 살인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와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유사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만 200건에 육박한다.

대검찰청은 이날까지 관련 범죄 피의자 6명을 구속했다.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한 A(26)씨는 지난달 27일에, 서울 고속터미널 살인예고 후 흉기 2점을 소지하고 있던 B(19)씨는 4일 각각 구속됐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부분 협박죄인데, ‘사람의 의사결정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해당 죄목만으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살인예고를 처벌하기엔 한계가 있다. 형량도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검찰은 구속수사와 원칙 아래 형량이 최고 징역 10년인 살인예비 혐의를 적극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B씨에게도 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기소를 해도 게시글 만으로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련 게시물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만큼 처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를 감안해 법무부는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에 ‘공중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관련 정보 유통의 빠른 차단이 가능한 근거 규정도 마련된다.

법무부는 협박 글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장소 흉기소지 행위 역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처벌 규정을 두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속히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국민 안전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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