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예고' 10대에 전국 첫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입력
2023.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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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치안 행정력 적시적소 배치 방해"
손해배상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흉기난동 사건 관련 뉴스 동영상에 ‘살인예고’ 글을 남긴 20대가 구속됐다. 경찰은 해당 글로 인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 행정력이 엉뚱하게 투입됐다고 판단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이날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A(20)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 47분쯤 한 방송사의 뉴스 유튜브 채널 동영상에 ‘나도 곧 놀이동산에서 일가족 타킷으로 칼부림 하려 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여러 차례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범행 당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환경이 불우한 본인과 다르게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죽었으면 하는 마음에 댓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현역 흉기 난동을 벌인 최원종을 영웅화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신고를 받은 후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해 지난 6일 오전 8시쯤 서울 거주지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국의 놀이동산과 유원지 등에 지역 경찰과 기동대 및 장갑차 등을 배치했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해 협박 혐의 외에 경찰 병력을 엉뚱하게 사용하도록 했다고 판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으며, 치안 행정력을 적시적소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살인 예고 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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