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격 교사 두 명 사망했는데 '단순 추락'… 경기교육청 2년 만에 진상조사

입력
2023.08.0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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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등 민원 시달린 정황 드러나
학교 측 상부에 축소 보고 의혹 제기

경기도교육청 신청사 전경. 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교육청 신청사 전경. 경기도교육청 제공

같은 초등학교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2년 만에 진상 조사에 나섰다.

8일 경기교육청 등에 따르면 2021년 6월과 12월,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소속 A교사와 B교사가 자택 인근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등의 말을 종합하면 두 교사는 교대를 졸업하고 해당 학교로 발령받은 4, 5년 차로 사망 당시 담임 업무와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A교사는 해당 학교 전입 몇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데도 담임을 맡았다. 이후 몇 차례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세상을 등진 것으로 전해졌다. B교사 역시 학교를 휴직하고 군 복무 중에도 학부모 민원 전화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 사망 경위서에 담임 업무와 학부모 응대 등의 부담으로 힘들어했단 내용은 뺀 채 개인 사유에 의한 추락사로 보고했다. 이에 의정부시교육청과 경기교육청 차원의 별도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의 축소 보고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의정부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의 보고만 신뢰해 별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5개 교원단체는 이날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임태희 교육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진상파악을 위한 대응팀을 꾸려 조사를 시작했다”며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와 연관 있다면 응당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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