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범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될까

입력
2023.08.07 17:30
수정
2023.08.07 17:4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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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형제 폐지' 전제 종신형 도입 주장해와
당내 "과도기 상황 종신형 우선 도입도 긍정적"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강남역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강남역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종신형)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형제와 별도로 종신형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법제화에 이를지 주목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를 공격해대는 묻지마 범죄가 계속되며 국민 공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포함해 흉악범죄자 진압 과정에서 확실한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20년 이상 복역한 무기수가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한 경우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이후 16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최근 강력 범죄 발생에 따라 이를 대체할 형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애초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펴 왔다. 유인태 전 의원이 17대와 19대 국회 당시 사형폐지특별법을 발의했고,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과반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적도 있지만, '사형제 폐지'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는 이르지 못해 폐기됐다.

민주당은 다만 종신형만 신설하는 것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처벌만으로 (묻지마 범죄를) 100%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안전망을 더 보강하는 정책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도 종신형 신설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 사회 문화적으로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달 28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형폐지특별법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도 본보 통화에서 "(사형제 폐지 전) 과도기적 상황에서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적 방안"이라며 "먼저 종신형이 도입되면 이후 사형제 폐지를 입법화할 때 국민적 설득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형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종신형만 도입하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형의 효과성이 없다거나 검증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물며 사형제를 대체하지 않는 종신형이 어떤 실효성이 있겠나"라며 "묻지마 범죄와 종신형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지적했다. 한영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형제를 존치한 채 종신형만 도입하는 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이미 사형이 종신형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어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형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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