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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강사 출신 이범 "법에 보장된 교권 애초 없었다...교사 활동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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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보장된 교권이라는 건 애초에 없었다. 보수든 진보든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방임해 왔다.”
이범 교육평론가
'1세대 일타(1등 스타) 강사' 출신 이범(54) 교육평론가는 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교권침해 문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예로부터 교권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같은 문화와 관습에 의해 존중됐을 뿐, 교권보호를 위한 법과 시스템은 없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평론가는 일타 강사로 대형 학원인 '메가스터디' 창립 초기 멤버였다. 사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2003년 학원계를 떠났다. 이후 2010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임 때 정책보좌관을 역임했고,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맡으며 공교육 활성화에 힘써 왔다.
이 평론가는 교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교권은 존중돼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 교사 지위와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이 무엇인지, 누구로부터 간섭을 받는지 등은 빠져 있다.
교원지위법(교원의지위향상및교육활동보호를위한특별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교사 스스로 교권을 지킬 수 있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이 평론가는 "이 법에는 교권침해 사건이 터졌을 때 수습하는 방법만 담겨 있다"며 "그마저도 교장을 통하거나,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교사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교사의 교육활동권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권은 크게 교사의 인권과 교육활동권으로 구분된다. 미흡하지만 교사의 인권은 인권의 한 범주로 보장받고 있지만, 교육활동할 권한은 더욱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교실 뒤에 잠시 서 있도록 지시할 경우, 교육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그는 핀란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핀란드 법에는 교사의 교육활동권 보장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핀란드에선 기초학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남겨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데, 학부모가 이에 따르지 않도록 지시할 경우 법으로 학생을 유급시키거나 학부모를 방임 등 혐의로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3년 헬싱키시 한 중학교 식당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던 한 학생을 강제로 식당에서 끌어낸 교사가 해고당하면서 교권 논란이 생겨, 결국 법 개정을 통해 교사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교권이 강화됐다.
핀란드의 교육활동법에는 구체적으로 △다른 학생을 위협하거나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다급한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학생으로부터 위험한 물건을 강제 압수 및 위험 물건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의 소지품 검사 권리(교사 2명 이상의 결정이 있을 때만 가능) △학생이 훼손하거나 더럽힌 학교 기물ㆍ환경을 스스로 복구할 의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를 모욕한 16세에게 500유로(약 72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우리나라도 학생이나 학부모의 과도한 수업 방해 행위를 교사가 통제ㆍ관리할 수 있는 ‘교사의 긴급행동권’을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근거를 만들면 된다”고 조언했다.
2010년 이후 시행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반박했다. 그는 "교권침해는 뭔가(조례)가 있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뭔가(법)가 없어서 생긴 문제"라며 "소비자보호법을 만들고 나서 '갑질'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그게 소비자보호법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서비스업 근로자를 보호할 법을 만드는 게 상식"이라고 빗댔다.
다만 교권강화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악성민원 여부를 기재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선 '풍선 효과'를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교권침해 사건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학생부에 이를 기재하면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이 학생부를 봤을 때, 학생 간 학폭보다 성인인 교사에게 문제를 일으킨 교권침해 사건을 더 심각하게 볼 건 당연하다"며 "이런 상황이 생기면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라면 누구나 소송을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며 정부가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적절한 정책을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킬러 문항은 수능의 문제점을, 전반적인 틀은 손대지 않으면서 평가문항 난이도 조절만으로 해결하려는 데서 나온 그릇된 시대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 배제는 매우 소수인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 상당수 중상위권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 정책 발표 방식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발표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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