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사 면담 예약제 도입, 교사 소송비는 교보위 없이 지원"

입력
2023.08.02 13:30
수정
2023.08.02 16: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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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 강화 방안 발표]
'교사 직통' 학부모 민원 시스템 개편
학부모→교장·교감 검토·분류→교사 전달
소송비 지원 간소화... 소송 안 끝나도 지원
다른 학생 학습권 침해 시 "등교정지 필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원 시스템을 개편한다. 교사가 '1차 민원창구'가 되지 않도록 학부모 민원을 학교관리자나 행정실이 우선 검토하고, 학교를 방문한 민원인이 머무는 별도 공간도 마련한다. 아동학대 피소, 교권 침해 등으로 재판을 받는 교사에 대한 소송비 지원 절차도 간소화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2일 이런 내용의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방점이 찍힌 대책은 교사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반영한 민원 시스템의 개편이다. 학부모가 교사와 직접 연락하거나 만나서 민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요구 사항을 전하면 교장 교감 등 학교관리자가 우선 검토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추진된다. 교사를 만나려는 학부모는 학교에 사전 고지하고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 교사의 응대가 필요 없는 민원은 챗봇으로 답변하고, 행정적 민원은 행정실이 이관받아 담당한다. 조 교육감은 "(민원이 들어오면) 행정은 행정실, 교육활동은 교감·교장이 우선 대응하는 흐름을 만들어 시스템을 짜겠다"고 했다.

민원인과 교사를 분리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교사의 개인 휴대폰 번호가 학부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침을 만들고, 교내에 민원인 대기실을 따로 만든다. 조 교육감은 "악의적 민원은 교사 개인의 생존권까지 위협한다"며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앱 기반 민원시스템 개발이 3, 4개월가량 걸리고 민원인 대기실도 시범 운영을 거칠 방침이라, 이런 대책들이 학교 현장에 본격 적용되는 건 내년이 될 전망이다.

교사 소송비 지원은 대상을 넓히고 절차를 간소화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 피해가 인정된 교사에 대해 민형사 재판 1~3심에 각각 550만 원, 최대 3,300만 원을 지원하는 교원안심공제 소송비 지원제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지원 대상이 '교육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으로 확대된다. 또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지원이 가능한 현행 절차도 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개편된다. 교권보호위 개최 사실이 소송 상대방인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알려지면서 추가적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 교사들이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소송비는 소송이 끝나기 전에 우선 지원하고 재판에서 지더라도 교사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는 한 환수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교육청은 소송에 가기 전 분쟁이 조정될 수 있게끔 교권보호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재·조정 절차를 교육지원청 이상 단위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법률·분쟁조정 전문가의 입회하에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문제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법적 조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등교정지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교장에게 부여하고 학생이 전문적 상담·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초중등교육법에 포함해 달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학교 교육과 상담만으로 문제 행동 개선이 어려울 경우 학교장이 전문의와 협의해 학생에게 치료를 명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육감은 교권침해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들어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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