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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빌딩에, 흑해 함정에… 어디든 가는 우크라이나 드론

입력
2023.08.02 00:10
수정
2023.08.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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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로 전쟁 돌아간다” 젤렌스키 경고 뒤
이틀 만에 수도 기업·상가 밀집지 재차 기습
초계함엔 수상드론… “방어 우선순위에 혼선”

1일 한 남성이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고층 건물 인근에서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1일 한 남성이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고층 건물 인근에서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한복판에 드론(무인기)이 터질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다음에는 어디를 때릴지 불확실성이 커진다.”

프레드릭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퇴역 육군 중장)은 모스크바 고층 건물의 드론 피격 이튿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효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이런 식의 공습이 “러시아 사령부의 방어 우선순위 설정에 혼선을 일으킨다”고 그는 부연했다.

전쟁 중에도 모스크바는 지금껏 비교적 평온했다. 전장은 주로 우크라이나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우크라이나가 보냈을 게 분명한 드론이 자꾸 상공으로 날아오면서다.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1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군 당국이 밝힌 이날 새벽 피습 상황을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드론 3대로 모스크바를 공격하려 했다”며 “2대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에서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고, 다른 1대는 전자전 장비에 요격돼 ‘모스크바-시티’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 시내 서쪽에 있는 모스크바-시티는 기업과 상가 등이 밀집한 대규모 비즈니스 단지다.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모여 있다. 사상자는 없다는 게 당국 전언이지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1개 건물 21층 전면이 파손됐고, 150㎡ 넓이의 창문들이 부서졌다”고 알렸다.

모스크바-시티가 공격당한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다. 지난달 30일 드론 공격에 의해 50층 건물의 5, 6층이 파손됐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드론 3대가 모스크바를 향하다가 1대는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고 2대는 전자전 장비로 요격돼 모스크바-시티 부지 내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격된 건물은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통상부 등 러시아 정부 부처가 입주한 ‘아이큐(IQ) 쿼터’다. 한때 이 건물은 세계화의 상징 공간이었다. 서방 기업 사무실로 가득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뒤 서방과 사이가 틀어지며 공실이 늘었고, 2019년 정부 부처가 들어왔다.

“다음에 어디 때릴지 몰라”… 불안한 침략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병원을 방문해 부상병들을 만나고 있다. 이바노프란키우스크(우크라이나)=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병원을 방문해 부상병들을 만나고 있다. 이바노프란키우스크(우크라이나)=AFP 연합뉴스

두 번의 드론 공습은 모스크바를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러시아 최대 포털 사이트인 ‘얀덱스’는 피습 가능성이 있는 새벽(오전 1~6시)에는 사무실에 머물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한 러시아 대기업 직원은 로이터에 “이제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며 “정말 무섭다”고 털어놨다. 영군 국방정보국(DI)은 전날 리포트에서 “러시아가 전쟁으로부터 국민을 격리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공식 인정은 없지만 해당 공격은 러시아 후방 교란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계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작전일 공산이 크다. 아이큐 쿼터 건물이 드론에 처음 공격당한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은 러시아 영토와 상징적 중심지, 군 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는 더 많은 미확인 드론, 더 많은 붕괴, 내전, 전쟁을 예상해야 한다”고 적었다.

실제 드론이 출몰하는 곳은 육상만이 아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오늘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3대의 수상드론(무인정)으로 흑해 함대 소속 초계함 ‘세르게이 코토프’ 등 2척을 공격했지만 함정들이 탑재 무기를 이용해 무인정 3대 모두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공격 목표는 영토 회복이다. 전날 NYT에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 유소우 대변인은 “점령자들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떠날 때까지, 범죄자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침략국에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호지스 전 사령관도 드론 공습을 “우크라이나 남동부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반격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변수는 서방이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특히 러시아 본토 공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확전 가능성이다. 러시아에는 늘 ‘핵무기 카드’가 있다.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으려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미온적인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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