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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부모 악마화는 해법 아냐" 교권 붕괴 먼저 겪은 일본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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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차 초등교사의 자살을 계기로 학부모 '갑질'과 과로로 고통받는 교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가 드러났다. 일본은 이미 겪은 일이다. 일본에선 교사가 학부모 민원과 초과 근무 때문에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1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직원은 역대 최다인 5,897명에 달했다. 교사가 기피 직업이 되면서 일본 학교는 만성적 교사 부족에 시달린다.
일본의 실패에서 답을 찾고자 교육현장의 학생·교사·학부모의 권리 충돌 문제를 연구해온 일본 오사카대의 오노다 마사토시(68) 명예교수(교육학)를 지난 27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1985년부터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교사의 고충 사례를 모아 2000년 첫 논문을 발표했고, 이후 줄곧 교사들을 만나며 해법을 찾아왔다.
오노다 명예교수는 서울 서이초 사건을 듣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학부모들을 괴물 취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부모의 요구사항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무엇이 악성 민원인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교육청이 변호사, 의사,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교 문제 해결 지원팀'을 만들어 학부모와 갈등하는 교사와 학교를 지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에는 '몬스터 페어런트(괴물 학부모)'란 표현이 있다.
"2007년부터 유행했는데, 교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를 가리킨다. 위험한 표현이어서 나는 쓰지 않는다. 학부모의 정당한 요구마저 깡그리 무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를 괴물 취급해선 안 된다. 그들의 요구를 ①정당한 요구 ②학교의 업무 영역은 아니지만 대응 가능한 불만성 요구 ③무리한 요구, 즉 악성 민원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성소수자인데 치마 대신 바지 교복을 입히고 싶다'는 것은 ①에 해당하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학교 학생들이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많이 노는데 위험하니 못하게 해달라'는 ②에 속한다. '졸업앨범에서 우리 아이 사진을 한가운데 배치해 달라'는 것은 ③이니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수집한 악성 민원은 어떤 것들인가.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할 수도 없다. 학교에 부적응해 결석이 많았던 학생의 출석부를 조작하고 시험 점수를 올려 달라는 민원을 받은 교사가 있었다. 그는 시달리다 결국 점수를 올려줬다.
실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담임을 바꿔 달라고 하는 민원이 초중고교를 가리지 않고 많다. 교내 평가가 좋았음에도 담임 교체 민원 때문에 정신질환에 걸려 퇴직한 교사도 있었다. 해당 민원을 넣은 학부모는 교장까지 그만두라며 정부에 민원을 넣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교장이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교장들도 학부모 대응으로 힘들어한다. 2013년 문부과학성 조사에서 교장의 고충 1위가 '학부모 대응'이었을 정도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구타당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피해가 아니면 참거나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측이 조용한 해결을 원하는 데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소송을 걸거나 손해배상을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일본 사회 분위기라서다.
그러나 교사의 인권도 학생, 학부모 인권만큼 소중하다. 정정당당히 대응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이 지금처럼 커진 건 왜인가.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30, 40년간 일본에서 문제가 커진 건 학교와 교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문부과학성이 학생지도요강을 개정해 학생이 수업 중에 떠들어도 교사가 책상이나 칠판을 탕탕 치는 등 강하게 주의를 주는 것을 금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빈틈을 아는 학생들은 '이제 어쩔 건데?'라면서 도발하기도 한다.
10년 전에 만든 '괴롭힘(학교폭력) 방지 추진법'도 폐해가 크다. 학생들 간의 사소한 다툼까지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폭력 사건으로 규정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법정 다툼으로 키운다. 학교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온라인 공간의 괴롭힘, 학원에서 발생한 문제까지 모두 학교가 방치한 문제 때문이라고 몰아세운다. 이렇게 현장을 반영하지 않은 법과 지침이 교사를 괴롭히는 것은 한국도 비슷해 보인다."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소통하는 구조도 문제인가.
"일본은 약 10년 전부터 교사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악성 민원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 몇 시간 동안 끊지 않거나 학교를 찾아가 다음 날 새벽까지 같은 말을 계속하는 학부모도 봤다. 손편지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프랑스·미국 등에선 학부모와의 소통을 교사가 아니라 관리직인 교장이 한다. 한국과 일본에선 담임교사가 그 역할을 오랫동안 맡아 왔기 때문에 갑자기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교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나.
"교사·학교와 학부모의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사카부 도요나카시 교육위원회가 만든 '학교 문제 해결 지원팀'이라는 체제가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팀이 문제가 발생한 학교를 찾아가 갈등을 조정한다. 하지만 유지 비용이 상당히 든다. 그래서 도요나카시 외에 도입한 곳은 교토시나 도쿄도 등 일부 지역뿐이다. 확대하려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권 위기를 해결할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학교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학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어디까지가 학교의 책임 영역인지를 명확히 하고, 학부모 민원을 무한정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일본은 그런 노력이 없었던 탓에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위기를 키웠다. 학부모의 불만 중 무엇은 정당한 요구이고, 무엇은 악성 민원인가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교사가 이에 근거해 학부모에게 '그건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5년 도쿄에서 한 교사가 무리한 민원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이후 내 연구가 반짝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늘상 벌어지는 일'처럼 되고 말았다. 정부는 학폭이나 등교 거부의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학부모 민원 대응 문제는 각 학교에 미룬다. 학계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정부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에선 체벌금지 등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이 있다.
"억압적 지도 방식이 금지되면서 교사가 문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축소된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다른 교육 주체의 인권이 확대되는 건 아니다. 모두의 인권이 중요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교사들에게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다면.
"괴로워하는 교사들을 만나면 '지금의 문제는 반드시 끝난다. 문제 학생이 졸업하면 사라진다'고 위로한다. 현재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뜻이다. 힘들수록 잘 자고 잘 먹고 회복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가 심각하면 당장 정신과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고, 이후 학부모 대응은 교장에게 맡길 것을 권한다. 법적 분쟁에 대비해 폭언을 녹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와 대화할 때 여러 사람과 함께 스피커폰을 켜놓고 응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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