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 이상 폭염에만 건강 조심? 29도 넘으면 악영향

입력
2023.07.29 17: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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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기온 29도 이상일 때 1도 더 오르면 사망률 15.9% 높아

장마가 끝나고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사병 등 각종 온열 질환에 노출되는 사람이 늘었다. 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고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사병 등 각종 온열 질환에 노출되는 사람이 늘었다. 연합뉴스

한낮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에서, 폭염경보는 낮 최고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걸리기 쉽고, 고혈압·심혈관 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뇌졸중 환자는 66%,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했다.

◇기온 29도 넘으면 사망률 높아져

기온이 29도를 넘으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국립재난안전연구원ㆍ국립기상연구소 조사). 이 때문에 기온이 29도 이상이라면 더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냉방 시설이 없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령인 △논밭 등 야외에서 일하는 고령인 △임신부 △어린이ㆍ청소년 △심혈관 질환자 등이 특히 폭염에 취약하다.

서울에서 낮 최고 기온이 29도 이상일 때 1도 더 오르면 사망률이 15.9%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혜숙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ㆍ이원경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팀이 1991~2012년 서울·부산 등에서 폭염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또한 여름철에 기온이 1도 오르면 뇌졸중 사망자가 2.3~5.4%까지 증가한다. 갑자기 심장이 멎는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씩 늘어난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ㆍ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2006~2013년 서울 등 6개 광역시에서 급성 심정지 환자 5만318명을 분석한 결과다.

◇머리가 띵하다면 온열 질환 때문?

고온에 노출돼 생기는 대표적인 온열 질환은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심부(深部) 체온이 37~40도로 올라가면서 탈수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를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말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두통·구역감 등의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그늘진 곳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

열사병은 심부 체온이 40도를 넘으면서 발작ㆍ경련ㆍ의식 소실 등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냉방되지 않은 밀폐 공간(자동차 내부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 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생기는 열사병으로 인해 뇌ㆍ심장ㆍ콩팥 등이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열사병 증상은 의식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무력감ㆍ현기증ㆍ울렁거림ㆍ두통 등을 호소한다. 빈맥(頻脈)ㆍ저혈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순환계 기능 약화, 맥박 불규칙이 나타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생기면 빨리 차가운 수건과 선풍기, 에어컨 등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한낮에는 바깥 활동을 삼가야 한다. 갈증이 생기지 않아도 평소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커피ㆍ에너지 드링크 등 카페인 음료와 술은 오히려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

냉방병도 무시할 수 없다. 냉방병에 걸리면 가벼운 감기나 몸살 같은 증상 외에도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혈액순환장애ㆍ소화불량ㆍ설사ㆍ피로감 등이 생길 수 있고,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불순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가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에어컨 온도는 바깥보다 5~8도 정도만 낮게 설정하는 게 좋다. 담요나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 찬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갈증 느끼기 전에 수분 섭취해야

체온을 잘 조절하려면 우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물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마셔야 한다. 갈증을 느낀다면 이미 몸무게의 3% 이상 수분이 손실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무더위로 땀을 흘리면 땀으로 소금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여겨 소금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피부에 소금기가 하얗게 낄 정도로 땀을 흘려도 별도로 소금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덧붙여 전해질 보충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물 외에도 나트륨ㆍ칼륨ㆍ칼슘 등 전해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루 1.5L 이상의 물을 마시고 전해질도 그만큼 보충해야 한다.

전해질은 채소ㆍ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당도가 높은 수박ㆍ체리 같은 과일보다 오이ㆍ토마토ㆍ배 등 수분이 많고 단맛이 덜한 종류가 좋다. 식사할 때 약간 짭짤하게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필요하지만 운동량이나 강도를 늘리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운동은 평소보다 강도를 10~20% 낮추고, 1시간 내외로 줄여야 한다. 운동하다가 혈압이 치솟거나, 수분ㆍ전해질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도 삼가야 한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 말초 혈관은 확장하지만 소화기 혈관은 수축한다. 이 때문에 소화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하면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여름철 더위 건강하게 이기는 법]

-낮 12시~오후 5시에 야외 활동이나 작업을 피한다.

-외출 시 가볍고 밝은 색의 헐렁한 옷을 입는다.

-어지럼·메스꺼움·두통 등이 생기면 그늘에서 쉰다.

-체온이 올라가면 입은 옷을 벗고, 샤워하고 부채ㆍ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식사는 가볍게 하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신다.

-에어컨ㆍ선풍기 등은 환기가 잘 되도록 하면서 사용한다.

-무더위 관련 기상 뉴스를 주의 깊게 살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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