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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집권론’과 ‘선당후사’

입력
2023.07.28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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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호위대로 변질 혁신위
이낙연은 귀국 후 비명 결집만
총선 승리 위해서는 원팀 돼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년 집권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부터 입에 달고 사는 얘기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둘 때만 해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15년을 더하는 줄 알았는데, 지난해 대선 패배로 도로 제자리걸음이다. 야당이 된 후에도 이 상임고문은 “5년 금방 간다”며 희망 회로를 가동 중이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자칫 10년을 기다려야 할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사태까지 연이어 터진 민주당은 '그로기' 상태다. 하지만 개인보다 당을 위해 먼저 희생하려는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선사후당’ 분위기가 팽배하다. 성공 모델로 꼽힌 김상곤 혁신위를 기대하면서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가 한 달 만에 ‘이재명 호위대’가 된 게 대표적이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한 혁신위원은 “틀린 생각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제안에 맞장구를 친 이 대표 모습을 지켜본 비명계는 ‘반대파 색출용’이라는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분위기다. 이 정도면 “저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식의 승부수를 띄울 만한데 이 대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지난달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의 한 달은 이 대표 맹렬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에게 “수박(겉과 속이 다른 비명계)에 대한 우려가 괜한 게 아니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 혁신은 도덕성 회복”이라고 강조한 이 전 대표는 봉하마을로 달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린 뒤,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막걸리 회동을 했다. 이재명 체제 출범 이후 구심점 없이 소외됐던 비명계 상당수는 친문재인계 족보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의원들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이 대표 얘기보다 “백지장을 맞들었는데 방향이 틀리면 찢어진다”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발언에 더 솔깃해지는 이유가 집중호우와 수해를 핑계로 두 번이나 불발된 이재명-이낙연 회동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존재감 없는 여당을 제쳐두고, 용산 독주 체제를 본격화할 태세다. 168석 야당이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지만, 계파 갈등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이재명 검찰 수사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는 쪽은 여권이 아닌 민주당 내부”라는 얘기를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선 경선 과정의 앙금이라고 하기엔 당이 처한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2020년 총선 이후 “180석이라는 착시가 민주당을 유령처럼 휘감고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지난해 대선과 지선 패배로 괜한 우려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 원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총선에 실패하면 둘 다 죽는다”면서 ‘이재명-이낙연 원팀’을 촉구하고 있다. 여당이 분열하면 야당이 되지만, 야당이 분열하면 분당(分黨)으로 이어진다. 분당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지금의 민주당에 ‘유쾌한 결별’은 사치다. 선당후사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위에서부터 물꼬를 터야 한다. 4년 뒤 '20년 집권론'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민주당에 내년 4월 총선 승리는 필수다. 원팀 구성에 뜸 들일 시간이 많지 않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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