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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필요' 93%가 공감하지만 '선거 조사 결과 신뢰'는 40%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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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론조사를 신문, 방송,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 거의 매일 접한다. 또한 7월 3일부터 5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국민의 35%는 여론조사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렇듯 여론조사는 우리 삶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우리 국민들이 여론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앞으로 한국리서치가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첫 조사이기도 하다.
“선생님께서는 ‘국가나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가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41%가 '매우 필요하다', 53%는 '대체로 필요하다'고 했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여론조사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를 정치 여론조사, 정책 여론조사,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여론조사 등으로 구분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87%, 92%, 87% 등으로 큰 차이 없이 높다.
그렇다면 국민은 여론조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당위적인 입장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사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70%)은 여론조사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필요성에 비해서는 낮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여론조사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응답자의 73%는 ‘여론조사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필수적인 요소이다’라는 진술문에 공감하였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기제이자 온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여론조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필요하면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국민들 사이에서 큰 이견 없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성별이나 연령, 이념성향 등 응답자 특성별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여론조사 관계자라 할 조사회사, 언론, 정부, 정치권 등에서 자성해야 할 점을 확인하게 된다. 먼저 평소에 여론조사를 접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물으니 응답자의 59%가 신뢰한다고 했다. 비록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하고 '대체로 신뢰한다' 응답이 57%여서 신뢰의 강도는 강하지 않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는 심각한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신뢰도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정치 여론조사, 정책 여론조사, 가치관 여론조사, 라이프스타일 여론조사 등으로 구분해 보면 유의미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행동에 대한 조사인 라이프스타일 조사결과와 사람들의 신념이나 생각에 대한 조사인 가치관 조사결과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64%와 62%로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 신뢰도(60%)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와 정치와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42%와 40%로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에 비해 20%포인트 정도나 낮다. 즉 여론조사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사 유형은 정치 여론조사와 정책 여론조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언론, 정치권, 정부 등이 정치 여론조사와 정책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나 정파적인 입장에서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조작되는 경우가 있다’는 진술문에 응답자의 과반인 50%(매우 그렇다 14%, 대체로 그렇다 36%)가 동의하는 결과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여론조사 부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도나 민주주의의 발전 측면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다수의 국민들은 모집단 전체가 아닌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과학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1,000명 등 일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된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사람들의 생각을 얼마나 잘 반영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별로 잘 반영하지 못한다' 44%, '전혀 잘 반영하지 못한다' 9% 등 응답자의 53%가 추출된 표본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사람들의 생각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또한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편이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터넷 댓글 분석’이라는 응답(56%)보다 ‘표본추출을 기반으로 한 여론조사’라는 응답(50%)이 낮은 점도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는 과반 이상의 응답자가 과학적인 절차를 통해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모집단 전체를 추정하는 여론조사 체계 전반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한다는 것으로, 정치 여론조사나 정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현상적인 불신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과 아울러 국민들이 여론조사의 과학성을 보다 잘 이해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조사 비용을 현실화하고 응답자가 조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조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진흥과 지원책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문제 있는 여론조사를 거를 기준을 마련하거나 인증제도를 검토하는 등 전문가나 조사회사에서 조사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실체적인 방도를 실행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이 중 최근 여론조사 관계자 집단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여론조사 신뢰성 제고 방안에 대한 국민의 입장을 확인하여 보니,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론조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19%, ‘여론조사는 전문가나 여론조사 업체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정부 규제보다는 전문가나 조사회사의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배 이상 높았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기대이고 국민적 기대에 전문가나 조사회사가 얼마나 잘 부응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여론조사 생태계 관점에서 주요한 세 축이라 할 조사회사, 언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판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NBS 결과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은 원칙에 맞게 조사를 수행한다’는 진술문에 과반이 넘는 55%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했다. 반면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도한다’에 40%의 응답자가,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없이 수용한다’에는 33%의 응답자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은 여론조사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조사회사가 타당하고 신뢰할 만한 조사결과를 위해 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여기는 한편, 특히 여론조사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를 바람직하고 냉철하게 활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예정하는 여론조사에 대한 2차 여론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 올해보다 여론조사를 잘하고 있다는 성적표를 받기 위해서는 조사회사, 언론, 정치권 등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각자가 해야 할 바를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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