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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이자 '유해야생동물'인 고라니에게 물었다 ...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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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이다. 오로지 한반도와 중국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데, 중국에는 1만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고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유해야생동물' 고라니는 한국에서 천둥벌거숭이 취급을 받는다. 해마다 농작물을 망친다는 농민들의 아우성에, 고라니의 목에는 마리당 3만 원의 현상금이 내걸렸다. 인간은 총을 들었다. '개체 수 조절'이라는 명분으로. 고라니는 3분마다 한 마리씩 총에 맞아 죽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약 45만 마리. 그중 절반 이상이 매년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사진작가 문선희(45)의 신간 '이름보다 오래된'에는 10년 동안 그가 만난 50여 마리의 고라니가 등장한다. 세모, 망고, 머루, 초록, 빨강… 저마다의 이름이 붙여진 채로. 야생동물이므로 날 때부터의 호명은 아니다. 그는 어미를 잃거나 부상을 당한 고라니가 인간의 폭력을 피해 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인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국립생태원 등에서 조심스럽게 이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눈을 마주친다. 찰칵! 셔터음과 함께 남겨지는 것은 고라니의 초상, 그리고 그의 이름.
눈이 하나 없지만 씩씩한 성격의 자주, 코끝에 땅콩 같은 작은 혹이 붙어 있는 땅콩이, 날 선 송곳니를 갖고 있으나 유순한 얼굴을 가진 머루,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대담했던 초록과 빨강.
가로 200㎜ 세로 290㎜ 지면을 한가득 메우는 고라니의 얼굴과 표정,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무척 귀엽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인간이 고라니보다 대체 무엇이 더 대단하고 존엄하여서 이들의 생명을 '유해동물 포획 실적표'의 수치 정도로 전락시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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