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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돌려차기에 맞고, "저 선생 잘라" 폭언에도 신고 못해… 교권 사각지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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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한 중학교 예술강사가 학생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으나 피해 사실을 신고조차 못 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건 이후 가해 학생과 피해 강사의 분리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교내 극단 선택에 대해 사회 충격이 큰 가운데 교권침해신고 대상조차 되지 못한 교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5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방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예술수업 강사인 40대 여성 A씨가 한 학생의 돌려차기에 맞아 쓰러졌다. 수업 도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교단으로 돌아가다 발차기에 맞았는데 몸이 2, 3m 밀려날 정도였다.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당한 A씨는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학교 측은 “예술강사는 교권침해행위 대상이 아니다”며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교권보호위 결정을 통해 진행되는 심리치료와 가해 학생과의 분리 등의 조치도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 학비노조는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역시 뚜렷한 재발방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학생에게 명백히 폭행을 당하고도 A씨가 아무 대응도 못한 건 법적으로 교원 신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교원지위법’은 교권침해신고 대상을 ‘교육활동 중인 교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교원은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기간제 교원 포함)으로 한정된다. 일선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예술강사나 영어회화 전문강사, 스포츠강사, 운동부 지도사, 방과후강사, 전문 상담사 등 12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현주 학비노조 예술강사 분과장은 “피해 강사는 생계를 위해 지금도 자신을 때린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부모로부터 ‘갑질’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도 역시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위(Wee)클래스(학내 상담실)’ 전문상담사로 근무하는 김모(43)씨는 7년 전 다니던 학교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당시 한 학부모는 “김 선생이 인권을 침해했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로 찾아와 진위 여부는 따지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사과를 강요했다. 김씨가 계약직 신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교감에게 “김 선생 이력서 가져와 봐라” “아예 자르라”고 폭언까지 퍼부었다. 이 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김씨는 학교에 교권보호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역시 교원 신분이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한 학교와 관할 교육청마저 억울함을 들어줄 수 없다고 해 더 절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집계를 보면 교권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학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피해는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기간제 교사의 경우 교권피해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역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건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고용이 불안한 신분이라 적극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후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선 한 남성이 “사립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서이초 교사처럼 교권 침해 문제를 겪고 사망했다”고 오열하기도 했다. 작년 7월 부산에서도 기간제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뒤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모든 근로자의 인권을 되돌아보고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정호 학비노조 정책실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폭언과 폭행 피해를 입어도 구제 신청도 못 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며 “정교사와 똑같이 법률지원 등 피해 구제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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