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도 6개월 전에 똑같이..." 기간제 교사 아버지의 오열

입력
2023.07.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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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사립초 기간제 교사
학생 4명 괴롭힘 사건 소통하던 중
부모로부터 '콩밥 먹이겠다' 협박 시달려
6개월 전 사망... "너무 억울, 조사해달라"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가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아버지가 "서울 사립초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6개월 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가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아버지가 "서울 사립초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6개월 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잠깐만요! 제 딸도... 제 딸도... 그렇게 똑같이 죽었습니다."

24일 오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교사노조 등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연 기자회견 도중 한 남성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는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였다가 6개월전 세상을 떠난 딸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조 교육감에게 “제 딸도 억울한 상황인데 좀 들어달라"며 "이번 대책에 제 딸도 같이 조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전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그러는데 저희들이 민원을 넣으니까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 그러면 상황이 지나가면 또 묻혀지고... 우리 딸은 정말 억울하다”며 흐느꼈다.

그는 또 “어제(23일) 서초구 초등학교에 가서 많이 울었다”며 “그 선생님은 조화가 놓였는데 우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 우리 딸도 똑같은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교사였는데... (서초구 초등학교 사건과) 같이 처리해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이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이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자신도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기간제 교사의 오빠도 "제 동생은 사립이라 공립과 다르게 도움을 받기가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기간제 교사, 사립(학교)에 대한 방안이 대책에서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유족들이 취재진에게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해당 교사가 수업을 마치고 잠깐 교무실에 다녀온 사이 학생 세 명이 한 명을 괴롭힌 일이 발생했다. 이에 교사가 네 명의 학부모와 이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 중 한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옷을 벗기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콩밥 먹이겠다"며 한 달 가량 폭언을 하며 협박했다고 한다. 교사는 지난해 7월 병가를 내고 지내던 중 6개월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유족들의 요구를 들은 조 교육감은 “저도 이전에 보고 받은 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사립(학교)에서의 교원의 권리나 인권 문제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 부서와 면담을 해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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