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난리로 모든 게 버거워” 서이초 교사 죽음 2주 전 남긴 일기

서울교사노조, 고인 일기장 공개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에 "업무폭탄+(학생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일기는 고인이 생을 마감하기 약 2주 전에 작성됐다. 서울교사노조제공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숨지기 2주 전 업무 부담과 학생 지도에 대한 고충을 적어놓은 일기장이 공개됐다. 서울교사노조는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았다"며 고인이 지난 3일 쓴 일기를 공개했다.

사망 약 2주 전에 남긴 글에 고인은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00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적었다. 노조는 '00'은 학생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은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심한 압박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노조는 일기 내용에 대해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 생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노조에서 제보를 통해 (숨진 교사의) 학생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망 전 고인이 맡은 반에선 학생이 뒷자리 친구의 이마를 연필로 긋는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한 후 "학부모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핸드폰으로 엄청나게 전화가 걸려와 소름끼친다"고 동료에게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초경찰서는 이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 학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다시 한 번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국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 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