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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과 영혼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사실

입력
2023.07.3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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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조앤 롤링

금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으로, '터프'의 선봉으로 불리는 조앤 롤링. 연합뉴스

금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으로, '터프'의 선봉으로 불리는 조앤 롤링. 연합뉴스


근년의 조앤 롤링(J.K Rowling, 1965.7.31~)은 ‘해리 포터’의 작가로서보다 ‘터프(TERF,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즉 트랜스 여성을 배제하는 급진 페미니스트로 더 자주 언급되는 듯하다.

2017년 트랜스젠더 인권운동 비판기사에 트윗으로 동조하며 시작된 그의 트랜스포비아 행보는 2년 뒤 트랜스 여성 혐오 때문에 직장서 쫓겨난 세무사 마야 포스테이터(Maya Fostater)를 공개 지지하며 사뭇 공세적으로 전환됐다. 그는 이듬해 6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이들의 성정체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트랜스젠더로 인해 생물학적 성의 중요성이 약화되며, 결과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훼손된다는 게 요지였다. 그는 트랜스 여성이 여성 화장실에 출입할 경우 시스젠더 여성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형적인 트랜스포비아 논리를 답습했고, 트랜스 커밍아웃이 SNS 탓에 ‘전염’되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며 성전환자들이 후회하며 기존의 성으로 복귀하는 이른바 ‘탈전환(detransitioning)’이 증가하고 있다는 허위 논거까지 다분히 악의적으로 언급했다.

그의 글은 여느 트랜스포비아들의 글과 달리 비교적 점잖고 곡진했지만, 논리만큼은 다를 바 없이 편협하고 강경했다.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필명으로 발표해온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에서도 그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노골적이고도 반복적으로 부각해왔다.

그럼으로써 그는, ‘머글’들에게 구박받던 어린 마법사 해리 포터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 성장해가는 작품 속 공감의 상상력이 현실의 트랜스젠더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잔인한 진실을, 작가의 글과 작가의 영혼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일 수 있다는 서글픈 사실을 충격적으로 일깨웠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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