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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겁쟁이라고?”... 극우까지 잡아 가두는 ‘좌충우돌’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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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겁쟁이라고?’
지난달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종료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같은 걱정을 하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내 극우파에게까지 철권을 휘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졸전 비난에 권력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야말로 좌충우돌하며 비난 세력의 싹을 자르려 하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극우 민족주의 성향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이 이날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과 관련, “23년간 잃지 않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수년간 좌익과 서방 성향 반대파들을 억눌러 온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한 반란 이후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고무돼 대담해진 우익 비평가들을 강하게 탄압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기르킨의 부인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남편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기르킨의 변호인은 그가 체포된 뒤 자택 수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법원은 다음 공판이 열릴 9월 18일까지 기르킨을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영국 BBC방송은 기르킨이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간부를 지낸 기르킨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큰 공을 세웠고,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 반군을 조직하기도 했다. 지금은 군사 블로거로 활동하며 러시아 민족주의자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자인 그는 꽤 오랫동안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고 비판해 왔는데, 최근 논평이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이는 게 구금 이유일 것이라고 WSJ는 추정했다. 기르킨은 18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 임기가 연장되면 러시아 국민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한편, “쓸모 없는 겁쟁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인신공격했다.
그러나 지금껏 전쟁 지지 평론가들이 러시아 당국 통제권 밖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구속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BBC는 “이 전쟁 블로거(기르킨)는 오랫동안 자유롭게 대통령과 군부를 비판하는 것이 허용됐다”며 러시아 당국이 이제야 새삼스럽게 인터넷을 통한 극단적 활동 촉구 혐의로 그를 기소한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기르킨이 붙잡혀 들어가자 러시아 국수주의 진영 내에선 위기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활동가 게오르기 표도로프는 기르킨 체포를 놓고 “최고 권력에 위험해진 적극적 애국 공동체 전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는 의미”라며 “이것이 시작에 불과한 만큼 우리는 단결해 스트렐코프(기르킨의 가명)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속 방향이 내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부 숙청도 비슷한 맥락이다. WSJ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반란 여파로 구속돼 조사받은 러시아 고위 장교가 최소 13명인 데다, 숙청 대상에는 러시아군 2인자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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