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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불닭볶음면'이 있다?… 한국산·미제 모방 급급한 무법 짝퉁지대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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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명언은 지금 북한에 잘 들어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자인, 캐릭터, 패키지 등을 베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 신발, 가방 등 북한의 짝퉁 제품들 중에는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북한 짝퉁의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라면, 과자 등 식음료품을 베낀 상품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북한의 대표 식품기업 경흥의 '매운 닭고기맛 볶음국수'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언뜻 보면 두 제품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포장 콘셉트가 비슷합니다. 조리된 라면 사진과 닭 모양 캐릭터, 제품명, 검은색 포장지 등 대부분의 요소가 일치합니다. 특히 닭의 입에서 불을 내뿜고 있고, 볼에는 붉은 소용돌이 모양 무늬가 들어간 점에서 영락없는 짝퉁입니다.
북한에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소고기맛 즉석국수' 3종이 있는데, 두 회사 모두 국내 라면들을 흉내냈습니다. 두만강이 만든 제품은 '신라면'을, 황금나락과 경흥이 만든 제품은 '쇠고기면'을 따라했습니다.
과자도 눈에 띕니다. 죠리퐁은 '밀쌀튀기', 양파링은 '튀기과자 양파맛', 새우깡은 '튀기과자 새우맛', 빼빼로는 '락화생(땅콩)맛 꼬치과자'로 북한화했습니다. 과자는 포장 디자인은 물론, 과자의 모양까지 빼다 박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식료품들은 우리 제품들을 많이 모방했습니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의 김태래 매니저는 북한의 브랜드 모방을 다룬 논문에서 "북한은 한국 식료품 브랜드를 가장 많이 따라했다"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비슷한 상징을 가지고 있는 데다, 한국 식료품들은 브랜드 관리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북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가동이 중단됐지만, 2004년 문을 연 개성공단에서 배급된 한국의 초코파이가 장마당(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상승한 것이 한국 제품 모방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쵸콜레트단설기'로 재탄생했습니다.
북한의 기업과 경영기법 등을 연구해 온 전병길 통일과나눔 사무국장은 23일 "북한은 미국인을 싫어하지만, 1달러 속 조지 워싱턴은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산주의 경제 체제에 이미 균열이 발생한 북한에선 장마당에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가 주요 화폐로 쓰입니다. 특히 달러는 북한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경제분야에 대한 미국 선호는 제품 모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미국의 대표 음료인 코카콜라를 그대로 모방한 '코카콜라 탄산단물'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나이키 운동화의 '스우시(swoosh)'를 흉내낸 제품도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리복을 따라한 제품도 있습니다. 미국 브랜드는 아니지만 아디다스, 아식스 등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북한의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미국의 유명 캐릭터를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디즈니가 대중화시킨 캐릭터 '곰돌이 푸'가 대표적입니다. '바나나 튀기과자' 포장지엔 턱을 괸 푸의 모습이 큼직하게 인쇄돼 있습니다. 일본이 배출한 글로벌 캐릭터 '헬로키티'도 북한의 '딸기향 크림속사탕' 포장에 활용됐습니다. 이외에 해외 명품인 샤넬과 버버리를 따라한 가방, 디올을 따라한 향수 용기 등 온갖 모방 제품들이 북한에 즐비합니다.
북한은 2014년부터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도를 도입해 브랜드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기업 간 경쟁체제를 인정하는 이 제도는 북한에 자본주의식 기업경영 체제가 스며드는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업들이 상표 등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시각적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전 사무국장은 북한이 식음료, 의류 등 경공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 산업구조를 모방한 결과라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그는 "아직까지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품질과 디자인을 향상시켜 수출을 통한 외화 수급까지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제어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정도로 미사일 기술력이 향상됐으나, 정작 주민들은 삶이 나아진 게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필품 소비재의 품질을 향상시켜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전 사무국장은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핵·미사일이라는 목표가 일정 궤도에 오른 이상 부의 축적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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