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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자존심' 상처 주려 크림대교 공격했나... 러 "우크라, 수중 드론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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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 17일(현지시간) 폭발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차량 통행이 중단됐고, 사상자 3명도 발생했다. 러시아는 서방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의 ‘수중 드론’ 공격이었다며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실제로 여러 정황상 러시아 측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 등으로 러시아가 내부 혼란을 겪는 와중에,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인 크림대교 공격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수반은 텔레그램을 통해 “크라스노다르로부터 145번째 교각 구역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해 크림대교 통행이 긴급 중단됐다”고 밝혔다. 군사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폭발음을 들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새벽 3시 4분과 3시 20분에 각각 한 번씩 크림대교를 겨냥한 타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샷’과 ‘바자’ 등 현지 매체들도 도로 일부가 무너져내려 내부 철골 구조물이 드러난 크림대교 모습, 전면부가 뜯겨나가듯 손상된 차량 사진 등을 공개했다. 뱌체슬라프 글라트코프 러시아 벨고르트 주지사는 이날 “우리 지역 출신 부부가 크림대교의 ‘긴급 상황’으로 사망했고, 14세 딸은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마라트 후스눌린 부총리는 “차량용 교량 경간 한쪽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한쪽 경간의 양방향 통행은 9월 15일까지, 나머지 한쪽 경간의 통행은 11월 1일까지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로 구간은 큰 피해가 없어 7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배후는 우크라이나가 유력하다. 이날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서방의 참여하에 우크라이나가 수중 드론 2대를 동원해 수행한 테러 공격”이라며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도 “공격 조직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 특수기관 요원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당국자도 “우리 해군과 보안국의 특수 작전”임을 확인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더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크림대교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는데, 몇 달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 우리 군의 성공 중 하나’로 간접적으로 공격 사실을 시인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 우크라이나 정부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오히려 러시아의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런 도발은 침략국의 전형적인 문제해결 수법”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장 교량으로 길이 19㎞에 달하는 크림대교는 전략적·군사적 중요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핵심 공격 목표 중 하나다. 러시아의 강제병합 4년 후인 2018년 완공됐고, 러시아 흑해 함대에 연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통로로 쓰였다. 푸틴 대통령도 평소 자랑거리로 여겼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을 점령한 후에도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 역할을 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조지 바로스 분석가는 “크림대교 파괴 땐 러시아군의 지상 보급로가 아조프해 해안도로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도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의 불법 점령지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전쟁과 관련,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되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설욕’ 의지를 안팎에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크림대교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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